오현 스님, 해제 법문서 현 세태 비판… “거품 말고 실상 보라”

“제가 무문관에 있는 동안 어떤 사람이 ‘한국 불교는 허례허식에 물들고 돈에 물들었다’ 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불교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금전에 물들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이 앞에 앉아 있는 선방 수좌 스님들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오후 불식하며 3개월간 용맹 정진한 과정을 들어보면 그런 소리 못합니다. 항간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선방서 호의호식하지 않습니다. 잠도, 밥도 모두 한 방서 지내며 함께 자고 먹습니다. 아마 여기 오신 내빈들보고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하루도 못 버티실 겁니다.”

현각 스님 발언 염두 둔 경책
3천여 수좌 용맹정진 ‘희망’
“겉 보고 한국불교 매도말라”


신흥사 조실 무산 오현 스님〈사진〉이 8월 16일 인제 백담사 검인당서 열린 조계종 3교구본사 신흥사·종립 기본선원 하안거 해제법회서 법문을 통해 최근 한국불교를 비판한 현각 스님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 주목을 끈다.

무산 오현 스님은 “전국 제방 선원서 지내는 스님들을 세어보니 정확히 2202명인데, 등록된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아마도 3000명이 넘는다. 이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며 “우리 사회가 유명 대학 출신이라든지, 신문에 글 좀 싣고 하는 지식인들이라면 ‘이상한 소리’를 해도 매몰돼 끌려가는데, 이것은 불자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스님은 “특히 지식인들이 유원지에 놀러가서 먹다 남은 쓰레기를 그냥 아무데나 버리듯이 한국불교를 말한다. 그러면 유원지는 곧 더러워져서 썩은 거품이 부글부글 일게 된다”면서 “사람들은 그 부글부글 이는 거품만 보고 스님들을 판단해 금전에 물들었다고 평하는 것이다. 바깥 거품의 면모만 보고 함부로 매도한다”고 성토했다. “너무 황당한 일이기에 이렇게 내가 목소리 높여서 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무산 오현 스님은 대중들에게 실상을 볼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겉에 있는 거품을 보지말고 실상을 보라”면서 “아지랑이나 거품을 보고 그것이 실상인줄 알면 안된다. 산에 물이 흐르면 흙탕물만 보지말고 바위 아래 맑고 고요한 물을 봐야 한다. 불법(佛法)은 그렇게 돌덩이 밑으로 사자전승(師子傳承)하며 흐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계종 제 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는 8월 16일 하안거 해제법회를 조계종립 기본선원이 자리한 인제 백담사 검인당에서 봉행됐다.

한편, 하안거 해제일인 8월 17일, 대구 동화사와 합천 해인사 등의 조계종 전국선원은 하안거해제법회를 열고 안거를 마무리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정리한 불기 2560년 하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전국 100개 선원(총림 8곳, 비구선원 59곳, 비구니선원 33곳)에서 총 2202명의 대중이 방부를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행을 앞두고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한 각 총림 방장 스님들은 수좌 스님들을 격려하는 법어를 내렸다. 진제 스님은 “해제일에 상관하지 말고 다시 발심해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안거는 스님들이 매년 여름과 겨울 석달동안 산문밖 출입을 끊고 오로지 화두수행만을 하는 수행문화로 북방 불교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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