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효심무료급식소 봉사도반

▲ 효심사 효심무료급식소는 지역 독거어르신들에게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60여명의 봉사자들이 활동하며 런치쇼 및 도시락 배달 등을 통해 행복을 전하고 있다. 급식은 매주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다.

2007년 부산불교계는 아픔을 겪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한 스님의 이중생활이 방송을 타면서다. 여성과의 동거, 그리고 폭력 등 스님의 범계행위가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실망하게 됐다. 무엇보다 스님이 운영하던 무료급식소는 후원 중단 등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그곳을 지켜온 자들이 있었다. 바로 효심무료급식소 봉사도반들이었다. 이 무료급식소는 10년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운영됐고, 올해부터 효심무료급식소로 이름을 바꾸고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독거어르신들의 식사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을 전하는 효심무료급식소 도반들을 만나기 위해 8월 14일 이 곳을 방문했다.

열악한 환경 극복한 자비심
폐쇄 위기 속 10년간 정상화
비용절약 위해 냉방도 줄여
독거어르신 자녀역할 자처
봉사하며 서로 가정사 상담

독거어르신이 바로 내 부모
무더운 여름이었다. 햇볕에 달궈진 부산 동래시장 길목에는 아지랑이가 피어 올랐다. 좁은 길을 따라 빼곡히 위치한 가게들과 집들로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그 열악한 환경 속에 효심무료급식소가 자리해 있었다.
효심무료급식소 입구에는 하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무료급식’이라고 쓰여진 글귀였다. 이 글귀에는 넉넉한 마음이 느껴졌고, 이에 더위로 인한 짜증은 저절로 사라졌다.

효심무료급식소는 골목길 내 작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었다. 급식소 안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이들로 분주했다. 준비 중인 음식은 깻잎잡채튀김과 감자튀김 그리고 여러 가지 무침 등으로 말 그대로 잔칫상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한 봉사자들은 바쁜 손을 쉬지 않고 기자를 맞았다. 조리를 하던 그들은 모든 음식에 ‘효심(孝心)’을 담고자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그 이유는 어르신이 곧 부모이며 도반이 곧 가족이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하신 어르신들이 ‘우리 자식들도 이렇게 밥을 안 지어 주는데’라며 저희 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하세요. 그러니 저희가 딸이자 아들이죠. 어르신들이 밥 한 그릇 깨끗하게 비우고 가시면 저희들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리고 저희들끼리 얘기를 합니다. 어르신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요. 더 좋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요?”

▲ 효심무료급식소 봉사도반들은 어르신 보살핌에 환희심이 절로 생겨 미소가 나온다고 했다.

효심무료급식소 봉사자들은 스스로를 ‘마음으로 연결된 가족’이라고 불렀다.
“저희들끼리도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풀어요. 가족에게 말 못하는 어려움도 말이죠. 아무래도 봉사하러 오신 분들이다 보니 넉넉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보살행을 실천하는 이들이 모여 있으니 이곳이 바로 복밭입니다.”

효심무료급식소 내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 이들은 ‘불 옆에 있으면 그냥 똑같이 덥다’는 말로 둘러 말했다. 아끼고 아껴서 더 좋은 음식으로 공양 대접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급식소 내 더위도 어르신들이 오기 전이면 말끔히 가신다. 어르신들이 편하게 식사하시도록 에어컨을 강하게 틀기 때문이다. 밥을 짓느라 흘린 땀을 그제야 훔치며 그들은 환한 웃음을 짓는다.

복이 넘치는 밥상으로 건강을
급식시간이 되기도 전에 효심밥상 내 자리는 가득찼다. 주방에 법당까지, 총 60평 가량의 급식소에 70여명의 어르신들이 몰려온다. 비좁아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다투는 일이 없다. 한 테이블에 채워 앉자며 자리를 내주는 어르신들의 모습에도 여유와 배려가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배려하는 분위기가 자리했던 것은 아니었다.

황현주(58)씨는 “예전에는 서로 고함치는 일도 허다했고, 특히 다른 분들과 함께 앉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식사를 대접하는 것 보다 어둡고 화난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서로 다투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효심무료급식소 황태옥 팀장은 “저희 무료급식소의 가장 큰 자랑은 ‘행복한 밥상’입니다. 주지 효문 스님의 배려와 봉사자들의 노력이 일궈낸 결과죠. 처음에는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힘들었어요 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 다른 어르신들에게 전해진 듯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많은 날을 고민한 끝에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스틱 봉지 커피였다. 4명이서 한 식탁에 앉아 드시는 분들에게 나눠주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황 팀장은 “스틱 봉지 커피가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켰어요. 친구처럼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십니다. 이제는 커피보다는 서로를 위하는 그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음식 속에 담긴 사랑과 관심
70여 어르신 배·급식 도맡아
색소폰 공연 등 런치쇼 진행
불참시 가정방문해 도시락 전달
“한끼 식사로 삶 여유 찾길” 발원

작은음악회로 어르신 문화생활도
이날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색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런치쇼였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에 세 차례,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런치쇼는 효심무료급식소만의 작은음악회였다. 색소폰 연주자의 멋진 연주에 이어 봉사자와 어르신들이 나와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식사를 하던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황 팀장은 “어르신들이 식사를 할 때 급하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효문 스님과 봉사자들이 걱정을 했다”며 “밥 한번 여유있게 드시지 못한 분들이기에 식사시간 만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스님이 런치쇼를 계획하셨다”고 말했다.

▲ 어르신들이 식사하는 동안 진행되는 런치쇼.

처음에는 어르신들에게도 쓸데없는 일이라며 타박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하면 어르신들이 서운하다고 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효심무료급식소 봉사자들의 노력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어르신들이 몇일 급식소를 찾지 않으면 방문하기도 했다.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거동이 어려워 급식소를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에게는 도시락을 전한다.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전하는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바로 사랑과 관심이었다.

▲ 효문 스님이 급식소를 찾지 않은 어르신 가정을 직접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매달 300만원 필요해 후원 절실

효심밥상의 전신인 무료급식소 ‘민들레밥집’은 한 달에 8000명의 식사를 책임지던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들레밥집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부산불교계가 한마음으로 뭉쳤다. 2008년 당시 범어사 주지였던 정여 스님의 총책임 하에 화엄승가회를 비롯해 많은 스님들이 힘을 모았다.

부산불교계의 노력 끝에 올해 4월 26일 ‘효심무료급식소’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무료급식소는 부산 금강암 도감이었던 효문 스님이 맡았다. 스님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봉사 할 곳을 찾아 기도 중이었다. 부처님의 자비를 나누고 함께 할 곳을 찾던 스님은 이곳을 방문한 직후 망설임 없이 나섰다.

효심무료급식소에서는 한 달에 3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식비로 소요된다. 전기세와 수도세, 다양한 부대비용까지 제반 비용은 그 이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특별한 후원은 없는 상황이다. 효문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운영비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SNS로 신행공유 ‘한가족’
효문스님 아침마다 기도정진
독거어르신·봉사자 축원
카톡 통해 500명 기도 동참
주변전파, 지인 자살도 막아

전법으로 모인 도반 봉사로 화답
봉사자들은 급식소의 문을 열 때 마다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지인 효문 스님이 부임 한 후로 기도 소리가 급식소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김경란(52) 봉사자는 “아침 마다 급식소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기도를 하세요. 그래서 저희 생일 까지도 거의 다 외우시더군요. 도반들의 생일이 되면 축원과 꽃다발 케익을 보내시고 격려를 해주세요. 관심과 배려가 주는 힘은 저희를 더욱 신이 나게 합니다.”

주지 효문 스님의 기도법은 특별하다. 기도 후 잊지 않고 카톡 메신저를 통해 ‘함께하는 오늘의 말씀’을 500여명에게 빠지지 않고 모두 보내기 때문이다. 그 전파력은 500여명에서 전국 5000여명으로 확대되어 전달된다.

김경란 봉사자는 “아침 7시가 넘으면 저희들은 꼭 카톡을 확인해요. 스님께서 아침에 보내주신 경구와 말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죠. 저희는 그럼 주변 친구와 지인들에게 안부와 함께 전달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 말씀은 제 주변 지인의 자살을 막기도 했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며 준비를 다해뒀는데 말씀을 읽고 생각을 돌이킨 것이죠”
봉사자들은 나눔 뿐 아니라 지혜를 키워 주는 말씀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또한 스님의 기도는 그 무엇보다 든든하다는 것이다. 효문 스님은 “매일 어르신들의 건강과 봉사자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면 잘 풀릴 것”이라며 “이곳의 인연이 불국토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불교복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분들이 곧 부처님”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효심밥상 도반들은 하루에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조를 나눠 진행한다. 도시락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양에 그들의 손길은 너무나 바빴지만 이들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도반들은 봉사를 통해 감사함을 배우기 때문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황현주 씨는 지난해 봄에 효심밥상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같은 절에 다니던 도반의 권유에 망설임이 없었다. 이미 15년 간 통도사 자비원 호스피스를 비롯해 급식소 봉사 등을 해온 그였다.

“사람이 부족하단 말에 자석처럼 끌려 오게 됐습니다. 봉사는 삶으로 배우는 법문입니다. 집에 가서도 주위 어르신들을 보살피게 되더군요. 삶 자체가 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한 자원봉사자는 “봉사는 시간이 날 때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수 있다. 돈도, 명예도 아닌 나눔이 제일인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보람찬 인생이 아니겠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 2016년 효심무료급식소 개원 당시 모습. 부산불교계가 정상화에 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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