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8월 17일 호국의승의날 자료집 발간… 각계 제정 목소리 높아

 

 

대흥사 서산대제 모습.

정부 관심 없어 산발적 제향
일제시대 맥끊긴 후 복원 미흡
정부 “기념일 많아 제정 곤란”
교과서 내 의승군 내용 누락

불교계 6만3000여명 서명
자료집 발간 등 2년째 추진
“승려독립운동가 등 포함해야”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불교계가 2014년부터 추진해온 ‘호국의승의날’ 제정이 정부의 반대 속에 표류하고 있다. 조계종의 정무적 접근과 함께 불자들의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계종은 8월 17일 〈호국의승의날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야 합니다〉는 자료집을 발간하고 본격적인 제정 활동에 나섰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호국의승 제향
호국의승의 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는데 온 몸을 바쳤지만 역사에서 소외된 ‘의승(義僧)’들을 기리는 날이다. 1789년 10월 15일 표충사 호국의승 제향을 기반으로 10월 15일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계는 임진왜란의 서산, 사명, 처영, 영규, 희묵대사 등 수많은 의승군들을 비롯해 남한산성과 북한산성 축조 및 방어, 독립군 지원활동 등 ‘호국불교’ 활동을 펼쳐왔다. 전쟁 참여가 계를 파하는 일이라는 비난에도 나라를 지키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앞장선 것이다.

그럼에도 의승군을 조명하는 일은 불교계 내에서 산발적으로만 이뤄져 왔다. 현재 의승군을 기리는 제향, 추모재, 수륙재를 봉행하는 사찰은 해남 대흥사(4월 서산대재), 밀양 표충사(10월 사명대전), 공주 갑사(10월 영규대사 대재), 정읍 내장사(6월 희묵대사 다례재), 구례 화엄사(10월 칠의사 의승병 제향) 등 15곳에 달한다. 하지만 의승군 전체를 총괄하는 국가나 종단차원 기념의식은 없는 실정이다. 〈표 위〉

조선시대까지 진행된 의승군에 대한 국가행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맥이 끊겼다. 이에 조계종은 2014년 6월 25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위원장으로 ‘호국의승의 날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종단 산하 불교사회연구소는 2011년 8월 호국불교 1차 학술세미나를 시작으로 승장 및 의승군 활동과 관련된 기초자료를 조사ㆍ발굴해 <한국 호국불교사찰 자료집> <한국호국불교의 재조명> 등 자료집을 펴냈다.

조계종이 2014년부터 1년간 전개한 호국의승의날 제정 서명운동에는 이미 6만3000여 명이 동참했다. 이례적인 수준이다.

호국의승, 의병과 성격이 같다?
하지만 정부는 호국의승의날이 의병의날과 성격이 유사해 기념일 제정을 미뤄왔다. 의병의날은 2010년 5월 제정된 바 있다.

기념일 제정과 예산 배정 등을 담당하는 행자부 의정담당관실 김영곤 사무관은 “의승군의날은 의병의날 등과 유사성이 있다. 또한 현재 40여개에 달하는 기념일이 있고, 또 각계에서 기념일 제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교계를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기념일 제정 필요성은 공감했다. 문체부 종무실 신용선 사무관은 “의승군의날은 호국불교를 상징하는 날로 불교계 숙원 사업으로 알고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계종 등의 요청을 받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 측은 자료집을 통해 “혹시 호국의승의날 제정이 특정 종교를 두둔하는 편향정책으로 본다면 승려라는 이유로 의승군의 공훈을 정당히 평가하지 않은 조선시대 유학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적인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승군에 대한 역사교육도 누락되고 있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 6종 중 의승장의 이름을 본문에 소개한 경우는 단 1종(비상교육 교과서)에 불과하다. 승려의 의병가담 사실을 본문에 명시하는 교과서는 모두 3종으로 나머지 2종은 지도 속에 서산대사와 사명당을 적시할 뿐이다. 교과서 1종의 경우 지도조차 없어 이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은 호국의승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주현 조계종 대외협력실 팀장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의승군은 잊혀지고 말것”이라며 “행자부 측에서 호국의승, 호국불교 기념일에 대한 국민공감대 형성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미 국민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본다. 관심있는 국회의원과 불자들의 입장을 모아 제정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호국의승의날 제정을 독립운동까지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불교사회연구소 박미경 선임연구원은 “2019년 3ㆍ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2017년부터 연구활동을 진행한다. 일제강점기 스님들의 항일운동을 기리는 사업”이라며 “호국의승 범주에 승려 독립운동활동도 포함시켜야 호국의승의날 제정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