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민족, 실크로드

금강대 불문연 지음|민족사 펴냄|3만 2천원

1년여 공동연구… 19명 학자 참여
제2회 학술대회 발표 논문 모아
실크로드와 종교 등 4주제로 편집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동서 문화교류의 장(場)인 고대의 실크로드(Silk Road)가 현대 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이슈화하는 교류의 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실크로드를 향한 현대 사회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고대 실크로드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 진다.

하지만 고대 실크로드는 이미 붓다루트(Buddha Route) 또는 다르마로드(Dharma Road)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로 불교와 밀접한 길이며, 그런 만큼 실크로드에 대한 불교학계의 관심은 이미 진작돼 있다. 돈황 사본에 대한 연구 활동을 비롯해 초기 중국불교와 인도불교사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 연구사업단은 불교학적 접근부터 사회 정치 문화적 접근까지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성과를 이루기 위해 중국서부변강연구원과 연구협약을 체결하고 실크로드에 대한 공동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1여 년 공동 연구를 통해 2014년에 ‘종교와 역사의 교차점, 실크로드’라는 주제로 제1회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015년 3월에는 ‘종교와 민족, 실크로드’라는 대주제로 제2회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학술대회에는 한국 중국 일본 독일 파키스탄 등 5개국서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가 참여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주로 실크로드 상에 존재한 민족과 종교, 그리고 그 속에서 파생된 문화, 고고학적 성과와 발견된 문헌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발표됐다. 새로운 자료가 제공되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는 연구 성과도 있어 실크로드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이뤄졌다. 또한 참여한 연구자 수가 19명에 이르기 때문에 실크로드상의 종교와 민족에 관한 내용을 총망라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제2회 학술대회서 발표된 글을 모았다. 학술대회를 기획한 입장서 총 19편의 발표논문을 접근 방식에 따라 ‘실크로드와 종교’ ‘실크로드와 민족’ ‘실크로드와 문화’ ‘실크로드와 고고 문헌’이라는 4개의 주제로 재편집했다.

제1부 ‘실크로드와 종교’에서는 실크로드상서 검토할 수 있는 종교에 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진다. 중국서부변강연구원장인 왕신(王欣) 교수는 중국서 불교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실크로드 내의 불교와 흐름, 그리고 중국으로 전해지는 경로를 소개했다. 중국서부변강연구원의 한종이 교수는 우전(호탄, Khotan)에 불교가 전해지는 과정부터 발전사에 이르기까지 티벳문헌과 중국문헌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금강대 불문연 한지연 HK교수는 실크로드의 고대 경제권을 고려하면서 대승불교가 본격적으로 집단화되는 과정에 중국이라는 요소가 있고, 일방적인 동전(東傳)이 아닌 쌍방향 교류를 주장했다.

제2부 ‘실크로드와 민족’에서는 실크로드상의 여러 민족과 그들의 활동, 종교적 신앙 형태 등을 주로 다룬다. 중국서부변강연구원의 한샹 교수는 실크로드에 존재한 여러 민족이 당나라에 들어왔을 때의 변화 모습을 다루는데, 그들의 습속과 이름과 종교적 성향 등의 변용을 상세히 소개해 실크로드 민족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여준다. 중국서부변강연구원의 왕차오(王超) 연구원은 중국 신장성뿐 아니라 타지크스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이란 등에 분포한 타지크 민족이 여러 종교에 미친 영향과 그들의 신앙에 관해 소개했다. 특히 불교, 조로아스터교, 이슬람뿐 아니라 마니교, 경교 등의 발전상과 함께 민족성을 고찰함으로써 다각도의 접근을 시도한 논문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서부변강연구원의 류홍 연구원은 고대와 중세에 치우쳐 연구된 실크로드에서 벗어나 청(淸)나라 시기에 발전된 민간신앙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제3부 ‘실크로드와 문화’에서는 민족과 종교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문화에 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서북미술학원 리칭 교수는 누란에서 발견된 무덤에 대한 검토를 이루는데, 내부의 여러 유물들을 통해 실크로드상의 각 민족문화와 중국문화와의 결합과정 등을 논하였다. 서강대 동아연구소 강희정 HK교수는 돈황을 통해 잘 알려진 비천에 관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의 여신과 비교함으로써 비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것과 동시에 실크로드를 통한 문화의 세계화를 주장했다. 파키스탄 탁실라박물관 학예관인 나시르 칸(Nasir Khan)은 현재 탁실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을 비롯해 박물관이 소장하는 여러 불교 유물을 소개하면서 간다라 예술의 특징과 불교 유물의 특이점을 밝혔다.

제4부에서는 실크로드에서 출토된 고고학적 유물과 문헌을 중심으로 한 연구 성과를 모았다. 독일 괴팅겐학술원 정진일 교수는 동투르키스탄(新彊)에서 출토된 〈증일아함경〉 산스크리트 사본 단편을 소개했다. 금강대 불문연 차상엽 HK교수는 〈바셰(dBa' bzhed)〉와 돈황 출토 펠리오 티베트사본 〈호탄불교사(Li yul chos kyi lo rgyus)〉를 중심으로 호탄불교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이는 제 1부의 한종이 교수 연구의 연구 성과와 연동하여 볼 수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문헌을 통해 호탄불교에 접근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 호탄불교 연구를 본격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논문이다. 탁실라 박물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파키스탄의 콰이드 아이 아잠대학에 있는 아쉬라프 칸(Ashraf Khan) 교수는 탁실라 부근에 대한 고고학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루어내고 있는 학자이다. 논문에서도 역시 최근 발굴을 진행한 바달푸르(Badalpur) 사원에서 발견된 불교 유물을 소개하고 서북인도의 사원구조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불문연 측은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연구자 숫자도 많고 연구 범위도 광범위하며, 각국의 언어가 한글로 번역되는 데에도 관련 전공자가 극소수이기 때문에 출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번역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시간 노력했으나 출간하는 이 시점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논문 한 편 한 편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실크로드에 대한 여러 관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 측면에서는 학계에서 소중한 자료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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