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사단, 법주사서 팔재계수계법회

포교사 3500명 운집, 철야하며 佛心 다져

▲ 갈색 단복을 맞춰 입은 포교사들이 한글반야심경을 독송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고 있다.

[현대불교=윤호섭 기자] “발길 닿는 구석마다 불법을 펴고 중생 위한 발원에 밤을 지샌다.”

이름처럼 세속과 떨어진 속리산자락에 전법도생(傳法度生) 포교원력을 담은 노랫말이 가을바람 타고 대지를 훑었다. 부처되고자 하는 여여한 마음들은 법륜을 굴리는 원동력으로 거듭나고, 무명을 밝히는 지혜광명처럼 밤하늘 별빛만이 영롱했다.

9월의 마지막 주말, 포교사들의 자세를 점검하고 열악한 환경서도 포교원력을 놓지 않는 이들을 격려하고자 조계종 포교사단(단장 윤기중)이 보은 법주사서 개최한 제14회 팔재계수계실천대법회가 성대한 막을 내렸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3500여 명의 포교사들이 운집한 행사는 여느 때보다 여법했다.

7대 포교원 종책기조와 핵심과제의 첫 번째가 새로운 불자상 정립과 신행풍도 개선입니다. 새로운 불자상이란 불자로서 기본에 충실하고, 늘 하심해 봉사와 신행을 적극 실천하는 데서 확립됩니다. 내부결집을 통해 대사회적 역할을 높이고, 자리와 이타를 추구하면서 깨어있는 시민보살로서 대승행을 실천합시다.”

24일 오후 7시 대웅보전 앞에서 열린 입재식서 이 같이 말한 윤기중 포교사단장의 목소리는 굳건했다. 계를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하지만 속세에서 제대로 지계를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성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적 불자로 거듭나자는 다짐이자 당부였다.

▲ 팔상전과 금동미륵대불 사이로 각 지역단별 기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현재 우리는 무속적 기복신앙에 편중된 불교를 접하고 있다. 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아무리 전법을 해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시대와 맞지 않는 신행형식을 벗어나 동체대비의 자세로 적극적인 포교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포교사단은 일선현장서 꾸준한 원력을 바탕으로 포교활동을 펼쳐온 포교사와 단체에 대해 시상했다. 시상식서 광주전남지역단 김인수 포교사와 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팀이 각각 총무원장상을 받았으며, 이외에 포교사 36명과 35개 봉사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진 종단포교자격자 품수식에서는 제21회 일반포교사 579, 10회 전문포교사 135, 21회 국제포교사 19, 9회 불교상담심리사 158명이 자격증과 단복을 받고, 한량없는 부처님 가르침을 곳곳에 펼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전문포교사 자격을 받아 직장직능분야서 활동하게 된 정순로(57, 법웅) 씨는 현재 회사서 조그맣게 불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종단차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가족은 당연하고, 같이 호흡하는 동료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포교사를 품수한 김준식(67, 일현이종례(60, 공덕화) 씨는 늦은 나이지만 부처님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고, 배우는 자세로 힘닿는 데까지 전법하겠다고 말했다.

▲ 특별법문을 하는 법주사 회주 월탄 스님.

품수식이 끝난 뒤 포교사들의 보수교육을 돕고자 법주사 회주 월탄 스님이 법좌에 올랐다. 스님은 오욕칠정이 아무리 만족된다고 한들 진정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은 본래면목인 참나로 돌아가기 이전에 결코 이뤄질 수 없다면서 중생제도 이전에 조고각하를 실천해야 모든 포교사들이 자기 부처를 깨달을 수 있고, 이는 곧 5천만 국민을 행복으로 이끄는 열쇠가 된다고 법문했다.

팔관재계를 앞두고는 시상·품수 등으로 내내 밝았던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신라시대부터 시행된 팔관재계는 오계 외에 세 가지 계율을 더한 것으로 재가자가 매일 지키기 어려워 한 달에 6재일(8·14·15·23·29·30)동안 실천하도록 한 것이다.

전계대화상 지홍 스님을 비롯해 갈마사와 교수사 등이 나란히 법석에 앉았다. 포교사들은 스님들의 지도에 따라 그동안 속세에서 지은 죄를 참회하고, 법사스님들의 연비를 받으며 다시금 지계를 되새겼다.

어느덧 날이 바뀐 시각, 3500여 포교사들은 각각 손에 촛불을 들고 법주사서 정이품송까지 왕복 6에 달하는 거리를 3시간동안 걸으며 명상에 잠겼다. 전날 시작된 오후불식으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포교사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새벽예불과 연수특강까지 끝내고 각자 활동하는 포교현장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회향했다.

▲ 전계대화상 지홍 스님을 비롯한 법사스님들이 법석에 올라 팔재계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 법사스님이 포교사들에게 연비하는 모습.
▲ 이날 법주사에는 전국 3500여 명의 포교사들이 운집해 포교원력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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