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옥천사, ‘제2초강대왕도’ 프랑스서 환수 ‘쾌거’

▲ 조계종과 옥천사가 9월 23일 환수한 옥천사 시왕도 '제2초강대왕도'. 1976년 도난돼 40년만에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됐다.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1970년대 도난됐던 옥천사 시왕도 중 한 폭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됐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과 경남 고성 옥천사(주지 진성)는 “보물 제1693호로 지정된 ‘옥천사 시왕도’의 한 폭인 ‘제2초강대왕도’를 프랑스에서 환수했다”고 9월 28일 밝혔다.

시왕도 8점 모두 보물 지정돼
문화재적으로 높은 가치 가져

사찰박물관장·전문 학자 주도해
소장자 유상기증으로 우선 반환
해당 문화재 환수기금 불사 ‘필요’


옥천사 명부전에 봉안된 ‘시왕도’는 모두 10폭으로  1744년 화승 효안(曉岸)의 주도하에 조성됐다. 조계종 중앙기록관 자료에 따르면 1976년 11월 12일 ‘제1진광대왕도’, ‘제2초강대왕도’가 도난돼 현재 8폭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8폭의 시왕도는 2010년 보물 제1693호로 지정됐다.

옥천사 ‘시왕도’는 한 폭에 시왕 1위(位)를 묘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 화면에는 용두장식 의자에 좌정한 시왕과 권속을 상단에 배치하고 하단에는 각 시왕에 해당하는 지옥 장면을 묘사했다. 환수된 ‘제2초강대왕도’의 초강대왕은 사후 14일에 만나게 되는 왕으로 초강(初江)에서 망자의 죄를 심판하고, 초강을 건너는 망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개인소장자는 옥천사 ‘제2초강대왕도’를 한국에서 체류하던 마지막해인 1981년에 인사동 고미술상에서 구입해 귀국했다. 이후 35년동안 보존하다 최근 프랑스 기메박물관을 통해 문화재청에 알려졌고, 조계종은 도난 여부에 대한 근거 서류를 중앙기록관에서 확인했다. 이후 조계종은 문화재청 국제협력과를 통해 프랑스 현지법 및 국내법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는 등 협의를 진행했다. 결국 소장자와 유상기증 사례로 문화재를 기증키로 협의를 이끌었다. 

이 같은 일련의 협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옥천사의 성보 환수 원력이다. 기증사례비를 지불하고서라도 성보 환수를 하겠다는 옥천사 주지 진성 스님의 원력에 따라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과 불교미술학자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추선 연휴도 뒤로하고 9월 12일 프랑스 현지로 떠나 협의를 진행했다.

옥천사 시왕도 '제2초강대왕도' 환수의 주역들. 사진 왼쪽부터 강소연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 프랑스 기메박물관 피에르 깜봉 한국관 담당 학예사. 사진제공=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
원명 스님과 강 교수는 개인소장자의 ‘시왕도’를 감정하고 반환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한편, 기메박물관 한국관의 피에르 깜봉 담당 학예사에게 문화재 반출 허용 여부를 타진했다. 깜봉 학예사는 “(문화재를)내줘도 좋다”는 자문을 내놨고, 이후 소장자는 9월 15일 유상기증하는 데 동의하게 된다.

‘제2초강대왕도’는 구입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고, 현재 불화의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지난 9월 23일 한국으로 이운된 ‘제2초강대왕도’는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안정화 작업 중에 있으며, 이후 옥천사로 이운될 예정이다.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은 “옥천사의 도난 불교문화재가 2014년에 이어 올해에도 3점이 돌아왔다.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도난 문화재 환수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왕도 환수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됐다. 재원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문화재 환수에 종단뿐만 아니라 불자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정안스님은 “이번 환수를 바탕으로 종단은 사례에 따라 환수 방향을 다각화하여, 도난 불교문화재가 환지본처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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