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정찬주 지음|황금물고기 펴냄|1만 4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한 뿌리다. 나와 이웃은 한 뿌리의 이파리들이다. 한 이파리가 불행하면 다른 이파리도 불행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이다. 내 삶이 행복해야 더불어 이웃의 삶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남도 산중으로 훌쩍 떠난 지 16년째인 정찬주 작가〈사진〉가 고립을 자처해 외로움과 직면하고 자연과 소통하며 살아온 날들이 고스란히 담긴 산중일기 속에서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색한다. 그래서 저자의 글들은 잠언 같이 사유하게 만들어 준다.

이불재 손님들과 나누는 행복 지혜
인간 내면서 건져올린 깊은 통찰

가령 이렇다. “우리가 짜증을 내거나 부담스러워할 때는 분명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럴 때 문제해결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집착하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면, 원인을 제거해버리면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다.”

작가와 인연 맺은 이들, 그리고 산방을 다녀간 법정스님, 박완서·최인호·정채봉 작가 그리고 이웃마을 농부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머무는 전남 화순의 이불재 손님들과 나눈 향기로운 추억들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헤아려본다.

저자는 “나에게는 나를 후려치는 두 개의 죽비가 있다. 하나는 ‘집착하지 말라’는 죽비이고, 또 하나는 ‘걸림없이 살라’는 죽비이다. 미로 같은 불교 공부 40여 년 만에 얻은 두 개의 죽비이다.”라고 책 속에서 고백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집착 없이 살기 위해서는 나를 놓아버릴 때와 나를 들여다볼 때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어느 때 ‘집착’을 버려야 하며 어느 때 ‘몰입’해야 하는지 불교적 사유로 빚어낸 저자의 삶의 지혜를 가만히 귀기울여보면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책속에 들어 있는 저자의 산중일기처럼 담담히 써내려간 삶의 단상과 낭만과 추억들, 그리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고 답하며 찾은 즉문즉답과 같은 사색의 언어들이 돋보인다. 그리고 집착을 버리고 자유자재하게 사는 인생은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가야 행복의 길이 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적어내려간 명상의 글들은 마치 산중 수행자의 법문을 듣는 듯 하다. 바람처럼 막힘없이, 구름처럼 자유롭게, 때로는 송곳같이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는 정찬주 작가의 단순명쾌한 식견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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