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화염산 지나는 현장법사 일행

색욕의 유혹을 물리치고 떠난 길, 색욕보다 더 뜨거운 것이 길을 막는다. 800리에 걸쳐 타오르는 화염산(火焰山)! 무쇠 몸에 구리 머리를 가진 이라 해도 넘지 못한단다. 돌아갈 수도 없는 막다른 길, 한참 떨어진 곳도 숨이 턱턱 막히게 뜨겁다.

화염산은 손오공의 업보
우마왕 업이 ‘진화’막아
수행정진 만이 ‘업장’해소

다행히 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천리 넘어 떨어진 곳에 취운산(翠雲山)이란 산이 있고 거기에 파초동(芭蕉洞)이란 골짜기가 있다네. 그 골짜기에 쇠부채 신선이 사는데 그 신선의 파초선이란 쇠부채가 불길을 잡을 수 있다네.

손오공에게 천릿길이야 산책 거리도 안 되지. 급히 근두운 타고 파초동을 찾아가는데 참으로 인연이 얽히고 얽혔네. 파초동 주인은 나찰녀, 또는 쇠부채공주라 불리는데 손오공 요괴놀음 시절의 의형인 우마왕의 아내요, 손오공 애먹이다 관세음보살 문하로 이적한 홍해아의 어머니로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상황설정을 좀 요약해볼까? 우마왕은 본부인 나찰녀를 돌보지 않고 옥면공주란 요괴에게 새장가들 들어 마운동이란 곳에 가서 알콩달콩 살고 있단다.

나찰녀는 독수공방의 설움 속에 홀로 살고 있고…. 이런 나찰녀에게 손오공은 아들 뺏어간 원수! 그래서 한바탕 대판 싸움이 벌어질 밖에.

그런데 바로 나찰녀가 가진 신묘한 부채가 문제일세.

휘익~ 부채질을 하니 손오공 휘휘휘휘휙~~ 날려가, 날려가, 날려가….

오만 리를 날려가버리네. 날려가 떨어진 곳이 마침 황풍요괴 잡을 때 도움 받았던 영길보살의 거처일세. 안성맞춤이라고 해야 할까?

영길보살이 바람을 이겨내는 정풍단(定風丹)을 주시네. 손오공 정풍단 빌어 다시 나찰녀에게 도전! 나찰녀 아무리 부채질해도 소용없고 싸움 실력으론 안 되니 파초동으로 달아나 문 걸어 잠금. 손오공 벌레로 변하여 파초동 잠입.

나찰녀가 차 마실 때 다시 나찰녀 뱃속으로 잠입(?). 뱃속에서 널뛰기를 하니 나찰녀 항복, 항복! 그래서 파초선 빌어 나와 의기양양 일행 이끌고 화염산 화염에 대고 휘익~ 부채질.

그런데 이게 웬일?
불길이 사그라지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타오르네! 알고 보니 가짜부채, 나찰녀에게 속았구나.

난감해 있는 일행 앞에 화염산 토지신이 나타난다. 화염산의 유래를 말해주는데, 손오공의 업보로다. 예전 손오공이 천상세계를 소란케 할 때 태상노군의 단로를 엎었는데 그 때 불기운 머금은 벽돌 한 장이 하계로 떨어져 지금의 화염산이 되었다 하네.

과거야 어쨌든, 누구의 업이든 이곳을 지나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나찰녀는 꼼짝도 않으니 그 남편인 우마왕 공략으로 돌아선다.

옥면공주가 사는 마운동이란 곳 찾아가 여차저차하여 우마왕을 만난다.

“형님! 그간 기체후일향만강하시옵나이까…. 사연이 이렇고 저렇고 하니 형수님 설득하여 파초선 빌려 줍셔~”

부부는 한 마음이라 했던가? 씨알도 안 먹힌다.

“내 아들 괴롭히고, 내 마누라도 괴롭힌 이 나쁜 놈아!”

그래서 또 한바탕….애초에 형 동생 하던 사이 쉽게 승부가 날 리 없다.

우마왕이 초대받은 곳이 있어 휴전하고 간 사이 손오공이 우마왕으로 변신하고 나찰녀 찾아간다.
오! 날 버리셨던 님이 오셨구나. 나찰녀 기쁨에 차서 간도 빼주고 쓸개도 빼주고…. 결국 파초선도 빼주고….

낌새가 이상해서 급히 뒤쫓아 온 우마왕, 나찰녀한테 사연을 듣고 분노에 치를 떤다.

이놈의 원숭이 녀석!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우마왕이 저팔계로 변신을 하여 손오공을 속이곤 파초선 도로 찾아가버리네.
그리고 다시 한바탕…. 자기로 변신했다고 화난 저팔계까지 힘껏 거드는데 그뿐인가? 천신들 총출동이다. 금강역사, 탁탑천왕, 나타태자, 기타 등등 왜 이러느냐구?

우마왕은 그냥 요괴가 아니란 말씀. 진리 아닌 것을 진리로 믿고 집착하는 고집을 상징하는 정말 위험한 요괴거든!

가장 무서운 것은 비슷한데 잘못된 것, 바로 사이비(似而非) 아니겠어? 바로 사이비 진리의 상징 요괴 우마왕! 그래서 온갖 천신들 와르르 소몰이꾼으로 나서니 아무리 대단한 우마왕이라도 당할 길에 없다.

“살려 주십시오. 모든 걸 뉘우치고 불문에 귀의하겠습니다.”

남편에 대한 일편단심 변함없는 나찰녀, 파초선 가지고 나와 애끓는 하소연….

“저희 부부를 살려 주소서….”

그러니 어쩌겠나. 본디 형님, 형수님이었던 데다 신선의 길에서 잠시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인걸! 파초선 빌어 화염산 불을 완전히 꺼버려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다시 올바른 길 찾아 힘차게 나선다.
정도를 걷는 이에게 돌아가는 길은 없나니 아무리 힘든 난관도 샛길 찾지 않고 당당히 뚫고 나가는 그 모습!

역시 정도로 돌아선 우마왕, 나찰녀 부부가 배웅하누나.

엄청 복잡한 뒷이야기 정리하고 요약을 했는데도 좀 길어졌네요. 서유기에서도 유명한 대목, 화염산과 우마왕 이야기군요. 실크로드 중간에 실제로 화염산이란 지역이 있어서 더더욱 이 이야기가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화염산 다녀오신 분들도 있겠지요? 정말 엄청나게 뜨거운 지역이지요? 자동차 보닛에 계란 깨어 올리면 금방 계란 프라이가 되어버리는 지역! 그곳이 바로 화염산입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유사하라든가 통천하 같은 것들도 지리적인 장애와 연관되어 있겠지만, 특히 이 화염산은 분명하게도 뜨겁고도 뜨거운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나온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일 년 평균 강수량이 30mm를 넘지 않는 지역, 그러면서도 기온은 섭씨 40도를 넘어서는 곳이지요. 정말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듯한 곳 아닙니까?

그곳을 무거운 등짐지고 허위허위 넘었을 현장법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지지요. 그분의 서원과 열정 덕분에 우리가 부처님의 은택을 입고 있다는 감사의 마음이 새록새록 우러나게 됩니다.
삼쾌선생은 이 화염산 지역에 참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크로드 여행에 나서 우르무치로 가는 여정에서 화염산을 지나게 되었지요. 정말 4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그 메마른 화염산 계곡을 이리저리 헤매 돌다, 헤매 돌다…. 다시 나와서 원주민들이 불어주는 토속 악기 소리에 맞춰 흥겹게 춤도 한바탕 추고…. 그건 다 좋은데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어요. 그래서 다들 축축 늘어져 집결 장소에 모였는데…. 아 글세 거기에 놓여있는 커다란 수박 덩어리!

럭비공 모양의 길쭉한 수박, 우리나라 수박보다는 훨씬 더 큰 수박, 그것을 냉장했다가 꺼내 썰어 놓고 있더란 말씀이지요. 비가 거의 안 오고 햇살은 뜨겁디 뜨거운 그곳 과일이 얼마나 달겠어요? 거기에 시원하게 냉장을 한 것이니,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져 비틀거리며 온 우리들에게 정말 천국과 같은 맛이었을 것이 틀림없었겠죠? 제 평생이 그렇게 달고 시원한 수박은 처음 먹었다고 서슴치 않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때도 그렇게 말했더니 모든 일행들이 다 자기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평생에 가장 맛있는 수박을 먹었던 곳, 그곳이 바로 화염산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현장법사는 그 맛있는 수박도 못 드셨겠지요? 아마도 수박이라는 것이 없었을 거예요. 중국에서는 수박을 서과(西瓜)라 하는데, ‘서양 오이’라는 의미지요. 아마도 오이가 일찍 들어오고 다음에 수박이 들어와서 서양 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에는 대개 고려 시대에 들어왔다고 하니, 중국이 그보다 좀 빨랐을지는 몰라도 당대(唐代)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현장법사는 냉장한 수박은커녕 그냥 수박도 못 드셨을 겁니다요.

애구, 수박도 못 드시고 고생하시며 그 험하고 뜨거운 길을 걸으셨을 현장법사님을 생각하며 모두 묵념!
이크,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요. 묵념까지는 마시고 그냥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 가지면 되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그 뜨거운 화염산에 얽힌 현장법사 일행의 고난과 애환, 그것을 돌파하는 지혜와 용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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