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시경 급성심정지… 친불교 성향 음악가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 한국 음악 영재 1세대이자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잘 알려진 권혁주(31, 사진)가 10월 12일 오전 1시 27분 유명을 달리했다. 사인은 급성심정지.

JK챔버 연주회 등 불교계서 꾸준히 활동
만해마을서 '설악 바이올린 학교' 강습도
강형진 단장 "귀중한 클래식 인재 잃었다"

고인은 전날까지 부산에서 있을 공연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음악 애호가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권혁주는 3세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9세에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모스크바 중앙 음악학교에서 수학했으며, 11세에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국제 콩쿠르를 입상하며 바이올린 영재로 두각을 나타냈다.

19세인 2004년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를 우승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보여줬으며, 한국 젊은 음악가의 우수성을 알린 음악 영재 1세대이기도 했다. 그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무대를 비롯해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와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올림푸스 앙상블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권혁주는 높은 기교를 요구하는 파가니니 곡에 대한 해석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러시아 유학 시절에도 파가니니의 ‘24개 광시곡’ 전곡을 몇 차례 연주해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권혁주는 불교계와도 인연이 깊은 클래식 음악계의 몇 명 안되는 친불교 성향 음악가다. 불교 유일 오케스트라인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강형진 단장이 설립한 공연 기획사 ‘아카사’가 주최하는 연주회에 악장과 바이올린 파트로 수차례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바흐와 명상’ 주제로 열린 아카사의 JK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2번 E장조’를 연주했다.

올해까지 권혁주는 강형진 단장과 함께 만해마을에서 설악 바이올린 학교를 2회째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권혁주는 미래의 클래식 꿈나무들에게 강습을 하고 직접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권혁수를 불교계로 이끌었던 강형진 단장은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가, 불교계가 귀중한 인재를 잃었다”며 애통해 했다.

강형진 단장은 “너무 성실했고, ‘천재’ 이외에는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을 정도로 출중했다”면서 “그러면서도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연주가 생기면 거부하지 않고, 무리하더라도 스케줄을 소화했다. 우리와 함께 활동하면서도 개런티 등 어떠한 조건을 내세운 적도 없다”고 회고했다.

이어 “조건만 맞으면 조계종의 불교포럼에서 권혁주의 연주를 듣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정말 불꽃같이 살다간 다시 없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애도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 보라매병원에 마련되며, 발인은 오는 10월 15일이다. 장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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