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태풍 피해 경상지역 사찰들 어려움 호소

경주 분황사가 10월 8일 개최한 재난소멸 기원재 모습.
[현대불교=노덕현 하성미 기자] “지진이나 태풍보다 사람들의 무관심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이맘때 오는 수학여행 학생들과 관광객들은 물론 성지순례 오는 불자들의 발길도 딱 끊겼습니다. 사찰이 지역민심을 달래고자 위로행사를 마련했는데 이마저도 참석자들이 적네요.”

참배객 50% 감소·민심‘흉흉’
경주 골굴사 템플스테이 중단
정부·종단 관심은 문화재에만
소규모 사찰들 발만 동동 굴러

분황사 정동열 사무장은 “2년 전 세월호 때나, 1년 전 메르스 때도 수학여행이 많이 취소됐지만 지금이 더 심각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진과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경주와 울산지역 사찰들의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성지순례나 자원봉사 캠페인과 같은 범불교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해지역 고찰 '발길 뚝'
경주시에 따르면 9월 지진 이후 방문객이 57만명으로 예년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했다. 자원봉사를 제외하면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경주 기림사 부주지 운암 스님은 “참배객이 예년 100명이었다면 지금은 10명 수준이다. 약 10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 지진과 함께 태풍에, 이젠 무관심까지 이어져 지역 일대의 근심이 깊다”고 토로했다.

경주 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도 “관광객은 주간 수입으로 보면 50% 가량 감소했고 11월 중으로 문화재청에서 복구를 시작한다. 아마도 여진이 끝날때 쯤이면 정상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골굴사 주지 적운 스님도 “지진에 이어 수해로 지역사회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해 사찰 피해를 복구할 인력이 부족하다. 자체인력으로 조금씩하고 있다”며 “템플스테이도 올스톱 상태인데 11월 초 열 예정인 제14회 선무도대회 운영도 걱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지역민심 달래기 나선 사찰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사찰들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불국사는 10월 7일 영산대재, 분황사가 8일 예술대재를 재난소멸 기원재 성격으로 진행했다.
분황사 정동열 사무장은 “매년 7만명 가까이 오던 수학여행객이 없다시피 해 관람료 수입만도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살림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수해를 입은 통도사도 오히려 지역민들을 보살피는데 나서고 있다.
양산 통도사 교무국장 진응 스님은 “통도사도 일승교 유실 및 피해가 깊지만 양산 지역 피해가 더 심각하다. 지역사회는 그야말로 생존 문제”라며 “수해모금을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다. 1차적으로 언양지역 화재사고에 사회국장 스님이 가서 위로성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마음선원 울산지원(주지 혜안)도 수해 발생 직후 울산 중구와 북구에 각각 1500만원의 수해복구 성금을 전한데 이어 10월 19일 울주군에도 수해 의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울산지원은 매일 주먹밥 등을 수해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시하고 있다.

문화재에만 그친 불교계 관심
조계종의 경우 문화부 직원 등 조사단을 파견해 지난주 지진과 수해 사찰 피해 1차 조사를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문화재청과 지자체에 사찰 피해상황을 전달한 상황이다.

지역 사찰들은 이런 현실서 문화재 복구 외에도 자원봉사와 성금 모연 등 범불교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소규모 사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울산 정토사의 경우 축대가 무너져 1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하고, 양산 내원사도 진입로가 유실돼 복구가 시급하지만 지자체는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다.

경주 기림사 부주지 운암 스님은 “수해 피해로 인근 길이 유실돼 보수공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정부서 지원 받은 건 포크레인 하루 대여가 고작”이라며 “종단서도 달리 연락 받은 것은 없다.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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