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형성 ‘중요’ 목소리 높아

지반침하 등 사찰 환경 피해 우려
주민소환 놓고 불교계 안팎 온도차
“범불교 여론 형성 미흡” 지적도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봉은사 인근에 사찰환경 침해가 우려되는 축구장 60개 규모의 초대형 지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래없는 대규모 사업 진행에 봉은사 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위원장 지현ㆍ원명, 이하 대책위)가 박원순 서울시장 주민소환운동 등을 대응책으로 추진 중에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범불교 차원의 문제의식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도시 건립, 봉은사 지반약화 우려
서울시와 국토부는 11월 3일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서는 영동대로 일대에 지하 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봉은사역과 삼성역 사이에 지하 6층의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 면적이 42만㎡에 달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개발에 강남 대표사찰인 봉은사의 수행환경은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은사 총무국장 법원 스님은 “105층의 GBC 건립시 일조량 침해와 빛 반사로 문화재 보존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하 대규모 개발로 인한 사찰환경 피해도 우려된다. 봉은사 신도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관련 개발에 대해 서울시에 항의서한을 보낸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봉은사 일대는 퇴적층으로 이뤄진 연약지반이기에 지질학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비슷한 환경에서 진행된 ‘라데팡스’가 역사문화환경을 고려해 40년의 연구과정을 거친 것과 달리 봉은사 인근 개발은 불과 1년여 만에 광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제반 연구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소환운동 가능할까
현재 조계종은 한전부지 환수 운동과 함께 봉은사 인근 개발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소환운동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10월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GBC건립사업 강행 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 전개를 결의하는 등 강력 대응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에 봉은사 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는 11월 14일 주민소환운동 전문가를 채용하는 공고를 낸데 이어 24일부터 내부교육에 들어가는 등 관련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주민소환운동은 서명운동과 소환투표 등에 많은 인원이 동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 10%가 서명으로 주민소환에 찬성하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주재 하에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된다. 여기에서 서울시 인구의 1/3 이상이 참여해 투표자의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 2007년 7월 제도 도입 이후 전국에서 단체장이 해임된 일은 단 한 건도 없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형남 법무법인 신아 대표변호사는 “강대강 대결 국면에서 상생관점에서 가능한 협의점이 사라질 것이 우려된다”며 “주민소환운동을 진행하면 중복서명과 주소지 미기입 등 여러 가지 누락 서명을 고려해 실효가 있으려면 서울시민 중 2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투표과정에서 자칫 불교계가 ‘어거지를 쓴다’는 국민적 오해와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봉석 대책위 대변인은 “주민소환운동은 현재 졸속으로 진행되는 GBC인허가를 막고, 봉은사 토지에 대한 군부정권의 강탈역사, 그리고 이후 개발의 불법성을 알리는 효과도 있다”며 “당위성이 충분하기에 성공 여부를 속단해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부지환수 등 당위성 홍보 선결 과제
대책위 측은 정당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지만 불교계 안팎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주민소환운동을 앞두고 더욱더 국민과 서울시민에 대해 당위성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응 스님은 “반강제 수용에 대한 과거 정권의 과오를 바로잡고 종단 주체성을 확립하는 차원에서라도 봉은사 토지에 대한 환수 운동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종단이 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여론 조성, 대국민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 심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응 스님은 천성산 단식 당시 단식운동과 함께 정토회 등 불교단체가 지하철 역사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한 점을 들며 불교시민사회와의 연대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관련된 세미나 개최·연구작업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불교계시민사회단체장은 “군부정권 당시 봉은사 토지 매각 과정에 대한 명쾌한 해명부터 있어야 한다. 순수한 명분을 불자대중에게 먼저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해준 대책위 조직팀장는 “당위성을 널리 알리는 일은 환수위 초기부터 고민해왔던 일이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GBC 등의 개발 인허가가 졸속으로 빠르게 진행돼 이를 막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국민 홍보 등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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