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佛性 담긴 귀한 법기
나쁜 말·행동, 그릇 더럽혀
사춘기 불완전한 정체성 딛고
꾸준히 十善 정진하면 해탈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친구들 중에 내가 가장 불행해’ 등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하다거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중 2병’은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신조어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 역시 중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가시 박힌 말을 함부로 내뱉고, 괜한 신경질로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까요.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본능이 ‘주변 사람에 대한 경계’라는 까칠한 행동으로 표출된 거죠.

 얼마 전, 짐정리를 하다가 옛 일기장을 찾아냈어요. 어느 봄날, 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화를 이기지 못한 나는 시골길을 무작정 내달렸어요. 기진맥진하도록 달렸죠. 예민하고 자의식이 강했던 만큼 스스로에 대한 책망과 분노를 달리기로 해소한 거죠. 이렇게 현실의 압박과 불만의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어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주변에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에게 괜한 성질을 부리고, 친구에게 욕설이나 폭력으로 표출하기도 하죠. 무심코 저지른 행동이지만, 피해를 입는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고 우울과 불안 등 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데 말이죠.

라훌라의 세숫대야
부처님이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당시 부처님의 아들인 라훌라가 어린 나이에 출가해 함께 머물고 있었습니다. 어리다보니 응석도 부리고 장난도 곧잘 쳤습니다. 그런데 정도가 심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계율을 어기며 수행자들을 골탕 먹이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처님께서 라훌라를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라훌라야, 세숫대야에 물을 떠오도록 해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라훌라는 대야에 깨끗한 물을 떠왔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발을 깨끗하게 씻겨 드렸습니다. 인도에서는 물을 떠다가 발을 씻겨드리는 행위로 존경을 표하는 전통이 있었거든요. 발을 다 씻은 후 부처님과 라훌라는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라훌라야, 이 세숫대야의 물을 마실 수 있느냐?”

“마실 수 없습니다.”

“왜 그 물을 마실 수 없느냐?”

“원래는 깨끗한 물이어서 마실 수 있었지만 발을 씻은 후 더러워져 마실 수 없습니다.”

라훌라의 이 대답에 부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라훌라야, 너도 이 물과 같다. 수행에 힘쓰지 않고 마음도 깨끗하게 갖지 않으며, 계율도 잘 지키지 않았다. 또 욕심을 내고 성질을 부리며 어리석은 행동이 몸에 배어 있으니 마치 이 물과 같이 더렵혀졌다.”

부처님은 물을 땅에 쏟아낸 후 다시 라훌라와 얘기를 나눕니다.

 “너는 이 대야에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있겠느냐?”

“대야가 깨끗하지 않아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없습니다.”

“출가를 했지만, 거짓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면 그 사람은 더러워져 음식을 담을 수 없는 이 세숫대야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라훌라교계경》 중에서

‘나’라는 그릇 만들기
더러운 물이 담겼던 그릇에는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압니다. 육체가 그릇이라면, 자신이 평소 뱉는 말과 행한 행동은 그릇에 담긴 물과 같습니다. 이 가르침을 받은 라훌라는 크게 뉘우치고 수행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바르게 정진했는데, 훗날 ‘밀행제일’로 불리며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 되지요.

여러분 중에 부모님과 대화를 할 때는 바르고 고운 말을 쓰다가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얘기를 할 때는 욕설 등 비속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친구는 없나요? 또 장난이란 이름으로 친구를 괴롭히거나 불쾌하게 한 경험은 없나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사춘기라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말과 행동을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법기(法器)’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수행을 해서 해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우리의 몸은 이렇게 곧잘 그릇에 비유되는데, 그릇된 말과 행동은 ‘나’라는 그릇을 오염시키는 주된 요인입니다. 나의 말과 행동에 따라 ‘나’란 그릇은 반짝반짝 윤기가 나기도 하고, 더러운 오물로 얼룩지기도 합니다. 이 그릇에서 향기가 나기도 하고, 역겨운 냄새가 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부처가 될 성품을 지닌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되새기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법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법기에 무엇을 담을지도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겁니다. 먼저 자신을 멋진 그릇이라고 상상하면서 이 그릇을 채울 단어들을 메모해봅시다. 예를 들어 자비, 친절, 친구와 열공(열심히 공부), 부모님께 효도, 동생 잘 돌보기 등을 적습니다. 현재 학생의 신분으로 자신의 그릇에 무엇이 담겨야 할지,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자신의 그릇에 무엇을 담아야할지 구체화해 봅시다.

十善, 나를 맑게 하는 지혜의 길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나고, 생선을 엮은 새끼줄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법구경》의 가르침처럼 사람의 평소 품행은 그 사람을 규정짓게 합니다. 그럼, 평소 바른 품행으로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마다 말과 행동으로 하는 행위는 물론 머릿속 생각까지도 다스릴 수 있는 십선(十善)의 점검을 권합니다.

십선은 ①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 불살생(不殺生) ②내 것이 아닌 것을 훔치지 않는 불투도(不偸盜) ③그릇된 짓을 하지 않는 불사음(不邪淫) ④거짓말이나 허튼 말을 하지 않는 불망어(不妄語) ⑤남을 괴롭히고 해치는 나쁜 말을 하지 않는 불악구(不惡口) ⑥이간질 하지 않는 불양설(不兩舌) ⑦진실 없는 꾸민 말을 하지 않는 불기어(不綺語) ⑧어리석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불탐욕(不貪欲) ⑨성내지 않는 불진에(不瞋?) ⑩그릇된 견해를 일으키지 않는 불사견(不邪見)입니다. 이 열 가지는 심신을 맑게 하는 지혜의 길입니다.

이 중 불망어, 불양설, 불악구, 불기어 네 가지는 입으로 짓는 그릇된 행위로 평소 말을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 화를 저지르고 삽니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은 바르고 참되다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왼쪽 획이 ‘바르다’, 오른쪽 획이 ‘참되다’는 의미입니다. 청소년 시기는 제 2탄생기라고 할 만큼 사람의 됨됨이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바른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바르고 참된 그릇, 세상에 꼭 필요한 그릇으로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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