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교수, <불교학연구> 특집논문서 주장

원효 스님 진영<사진 왼쪽>과 보조 지눌 스님의 진영<사진 오른쪽>.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원효 스님(617~686)의 정토사상을 알 수 있는 주요 저술은 〈유심안락도〉, 〈무량수경종요〉, 〈아마타경소〉 등이다. 다른 하나의 저술은 보조 지눌(1158~1210)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이하 절요)〉에 인용된 〈미타증성게〉이다. 〈절요〉에 인용된 〈미타증성게〉는 7언 8구의 게송으로 법장 비구의 정각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같은 〈미타증성게〉에 대한 보조 스님의 인용이 자신의 돈오점수설을 입증한 전거라는 것은 선행연구(보광 스님, 故김상현)를 통해 알려졌다. 〈미타증성게〉 자체를 보조의 돈오점수설에 입각해 해석하는 시도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

보조 ‘돈점설’ 偈 해석 출발점
“미타증성게 화엄적 점수 상통”
보광·김상현 등 기존학설 반박
<무량수경> 수행관, ‘점수돈오’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불교학연구〉 49집에 게재한 특집논문 ‘원효의 〈미타증성게〉와 보조지눌’에서 보조 스님의 돈오점수설에 입각해 〈미타증성게〉를 해석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선행연구가 정작 게송의 인용자인 보조 스님의 관점은 배제돼 있음을 지적하고 “보조의 돈오점수설이 〈미타증성게〉를 해석하는 하나의 출발점임을 깊이 천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보조 스님이 돈오점수 주장 근거로 화엄사상이 배경에 놓여있음을 전제하고 〈미타증성게〉 속의 돈오점수와 화엄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미타증성게〉의 1~2구는 게송 주인공 법장 비구의 소개이며, 3~4구는 정각의 과정, 5구는 정각이자 제도 중생을 위한 길의 시작으로 봤다. 6~8구는 제도 중생에 대한 내용이다.

이를 크게 살피면 1~4구는 돈오와 자리행(自利行)을 5~8구는 점수와 이타행(利他行)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타증성게〉에서의 점수가 유식적인 수행이 아니라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이었음을 생각할 때, 〈마타증성게〉와 〈절요〉에서 말하는 점수는 화엄적 점수라는 데 상통점이 있다”며 “‘법장보살이 중생을 어여삐 여겨 48가지 초시간적 서원을 세웠다’는 6·7구의 입장은 화엄적 이타행, 보현행이며 화엄적 점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타증성게〉는 법장보살의 자리행·돈오·왕상회향만을 노래한 시(詩)가 아니라 이타행·점수·환상회향까지 나타내는 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무량수경〉과 〈미타증성게〉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미타증성게〉가 〈무량수경〉을 요약하는 중송(重頌)”이라는 기존의 학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반박 근거로 △〈무량수경〉에 나오는 법장 보살의 수행은 선이 아닌 보살행 △법장 보살의 발심과 성불에는 5겁이라는 시간 차 존재 △법장 보살의 정각 과정은 발심-발원-수행-수기-성불로 완성 등을 들며, 구조적 차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무량수경〉에 나타난 수행은 돈오점수가 아닌 점수돈오”라면서 “원효의 〈미타증성게〉가 반야중관·화엄·선적 맥락에서 〈무량수경〉을 읽었고, 이 점을 보조 스님의 호응을 얻어 인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불교학연구〉 49집은 특집 주제로 ‘원효와 지눌의 재해석’을 다뤘으며, ‘지눌의 돈오점수와 이문정혜의 쌍수’(정혜정), ‘북미불교의 원효 인식과 이해’(김지연) 등의 논문이 수록됐다.

투고 논문으로는 ‘석전 박한영의 〈석림한화〉에 드러난 글쓰기 양상’(민희주), ‘중국불교에서 수계갈마의 변천’(이자랑), ‘선 수행에 나타난 분심과 자비에 대한 소고’(오용석), ‘니까야로 본 중론의 십이연기’(우동필) 등 9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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