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관장, 21일 공개… 소나무 그림 불화 최초

▲ 이탈리아 제노바의 박물관에서 발견된 고려 수월관음도(비단에 채색, 세로 105.9cm 가로 55.4cm). 사진제공=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소나무가 그려진 특이한 도상의 고려불화가 이탈리아 제노바서 발견됐다.

고려불화 전문가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동국대 개교 110주년 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유럽지역 한국불교미술품 조사연구’사업을 진행 중 이달 초 이탈리아 제노바의 한 박물관에서 고려 수월관음도 한 점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2월 21일 밝혔다.

동국대 ‘유럽 불교미술 조사’ 일환
코소네 기증作… 유럽 8번째 발견
“색감 변질돼 보존 처리 등 필요해”


정 관장에 따르면 고려불화 수월관음도가 발견된 곳은 ‘일본 인쇄 기술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에도아르도 코소네(Edoardo Chiossone, 1833~1889)가 기증한 유물만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코소네는 1875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 인쇄기술을 전수했고, 생을 마감하기까지 23년 간 해당 고려불화를 비롯해 15,000여 점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코소네는 사후 수집 미술품 전부를 제노바 시에 기증했다.

비단에 채색한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는 세로 105.9cm, 가로 55.4cm로 바위굴을 연상시키는 암석에 둘러싸여 약간 오른쪽 측면을 향하고 반가한 자세로 관음보살이 바위 위에 앉아있다. 오른손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이 놓여 있고, 화면 아래에는 왼발을 꿇고 합장한 자세의 선재동자가 배치돼 있다.  

정 관장은 “이번에 발견된 수월관음도는 기존의 고려 수월관음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화면구성 요소가 다양하면서도 구성이 짜임새가 있다”면서 “색의 조화, 치밀한 묘사 등 온화한 화취의 품격 높은 그림으로, 완성도에 있어서 고려불화를 대표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월관음도에 가장 큰 특징은 도상 왼쪽 제일 위에 그려진 소나무의 존재다. “소나무가 고려불화에 그려진 사례는 지금까지 유례가 없으며, 도식적이지 않은 전통 수묵화라는 점에서 주목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관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소나무가 그려진 한국 최고(最古)의 수묵화는 일본 교토 묘만지(妙滿寺)의 ‘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로, 수월관음도의 소나무는 이것보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정 관장은 “수월관음도의 수묵 소나무 그림은 현존 최고(最古) 그림”이라며 “고려시대의 일반회화가 거의 전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시의 회화 경향을 짐작하게 하는 아주 귀한 자료”라고 밝혔다.

도상 왼쪽 상단부에 있는 소나무 수묵화. 수월관음도 도상에 고식적인 소나무 수묵화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음보살의 목걸이 역시 독특한 채색기법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음보살의 몸체부가 금니인 경우, 먼저 목걸이를 그리고 이후 금니를 칠했지만, 새로 발견된 수월관음도는 몸체 전면에 금니를 하고, 그 위에 목걸이를 그려 넣었다.

정 관장은 “몸체 전면에 금니를 하고 목걸이를 그린 것은 최대한 금의 효과를 살리려고 한 것”이라며 “이 같은 채색 방법은 이번에 발견된 수월관음도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관장은 현재 불화의 색감이 변질돼 보존 처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관장은 “이 불화는 애석하게도 화학 접착제를 사용하여 삼베로 배접했다. 이 때문에 화면의 색감이 변질돼 앞으로 더욱 더 손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보존 처리 등 보존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 각지에 산재하고 있는 고려불화는 현재 165여점으로, 일본에 120여 점이 있다. 한국에는 20여 점에 불과하다. 유럽에는 4곳의 박물관에 7점이 소장돼 있었으나 이번 발견으로 8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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