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 스님, 조계종 14대 종정 재추대

조계종 제14대 종정으로 추대된 진제 스님이 법장을 봉정받은 뒤 대중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박아름 기자

[현대불교=윤호섭 기자] 조계종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온 진제 스님이 제13대에 이어 제14대 종정으로 추대됐다. 스님은 향후 5년 동안 종단의 신성이자 종통을 상징하는 선지식으로서 대중을 위한 깨달음을 전하게 된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은 3월 27일 오후 서울 조계사서 ‘제14대 종정 진제 법원 대종사 추대법회’를 거행했다. 법회에는 종단 집행부스님들을 비롯해 각 종단 총무원장,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정관계 인사, 불자 등 1만여 명이 운집해 진제 스님의 종정 추대를 기념했다.

이날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지난겨울 우리는 거짓 없는 마음, 진실한 실천만이 나라와 국민의 희망이 될 것임을 깨달았다. 고통 받는 중생을 향한 한없는 자비심과 원력으로 헌신하는 지도자야말로 우리사회를 밝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확신으로 우리는 선각이자 후견의 가르침을 예경해 봉행의 예를 갖추고 있다”며 “예하께서 법으로 밝히신 환한 빛을 따라 참마음에 한걸음 더 들어서게 됐다. 모두 부처님 은혜다. 이에 보답하고자 사부대중은 삼보를 호지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더욱 정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이 법회서 입장하는 모습. 사진=박아름 기자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추대사서 “우리나라는 지금 깊은 시련과 혼란에 빠져 있다. 지역간, 세대간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으며, 대외적 위협과 갈등도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사회의 갈등을 화쟁으로 극복하고, 국가 간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길은 부처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고 눈 밝은 선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진제 종정예하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늘 우리사회가 가야할 바른 길을 제시하셨다. 오늘 사부대중이 다시 선지식을 법좌에 모시는 것은 그러한 가르침을 갈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법회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축하메시지가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황 권한대행은 송수근 문체부 제1차관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한국불교의 정통법맥을 계승한 종정예하께서는 우리 불교에 정신적인 지도자이시다.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대화합을 제시하셨다”며 “서로 차이를 넘어 널리 화합을 이루라는 부처님의 원융회의 가르침이 필요한 때다. 부처님 지혜와 자비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밝혀 온 국민이 화합하는 가운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진제 대종사님께서는 ’널리 중생을 제도하고 불자로서의 근본 자리를 찾아 항상 어려운 이웃과 고통 받는 중생이 있는 곳에서 동체대비의 대승보살도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신도 대중은 진제 법원 대종사님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삼보 호지와 불교중흥을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을 서원한다”고 헌사했다. 보다가마 찬디마 스리랑카 나가난다국제불교대학 이사장도 진제 스님의 종정 추대를 축하하며 중생 제도에 앞장서줄 것을 기원했다.

진제 스님 종정 추대법회에는 1만여 사부대중이 운집해 조계사 경내를 가득 메웠다. 사진=박아름 기자

종정 진제 스님은 법좌에 올라 밀운 스님과 자승 스님이 각각 봉정한 불자와 법장을 받아들고 상호존중과 자비연민을 강조하는 한편, 삼처전심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제 스님은 현재의 국가적 상황과 관련해 “작금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 속에 있다. 상호존중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자유와 평화는 반목과 대립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면서 “항상 자기를 성찰하고 자기와 자기집단보다는 국리민복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된 민주시민정신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이어 대중에게 “불교는 시대의 아픔인 갈등과 대립을 화쟁정신으로 치유해 분열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국민통합을 이루고, 또한 어려운 이웃과 고통 받는 중생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동체대비의 대승보살도를 실천함으로써 이 시대에 부합하는 종교의 역할과 책무를 다하자”고 당부했다.

스님은 또 “석가모니부처님이 꽃을 들어 보이시고, 자리를 분해 같이 앉으시고, 돌아가신지 7일 후에 두 발을 내보이신 이 도리를 바로 알아야 부처님의 깨달음을 바로 봄이로다. 산마루에 구름이 걷히니 산봉우리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결 위에 떠 있음이로다”고 법어를 했다.

한편 진제 스님은 1934년 경남 남해서 출생해 1953년 석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8년 혜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7년 향곡선사로부터 법을 인가 받았으며, 경허-혜월-운봉-향곡으로 내려오는 정통법맥을 이어 불조의 제79대 법손이 됐다. 선학원 이사장과 중앙선원 조실,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기본선원 조실, 봉암사 태고선원 조실 등을 역임했다. 현재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부산 해운정사 조실을 맡고 있다.

원로의장 밀운 스님이 추대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박아름 기자
추대법회 봉행사를 하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 사진=박아름 기자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 진제 스님의 종정 추대를 기념하는 헌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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