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기 홍법사 동자승 단기출가 삭발수계식

홍법사가 ‘제12기 동자승 단기출가 삭발수계식’을 4월 18일 대광명전에서 개최했다. 삭발식 후 스님들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어색해 하는 모습

까슬거리는 머리가 간지럽다며 방금 깍은 머리를 어색한 듯 매만졌다. 그리곤 옆에 있는 도반 스님의 삭발한 얼굴을 마주하자 웃음보가 터진다. 걱정도 염려도 없어 보였다. 머리를 깍는 그 순간 주지 스님을 향해 동자 스님들은 묻는다. “왜 깍아요? 저 머리 잘 깍죠? 고슴도치 같이 까끌거려요. 간지러워요. 깔깔깔! 저희가 이제 스님이에요?”

권한결, 이호, 김시언, 이택현, 강동엽, 권이안, 김시우, 최주원, 서윤서, 박서영이 사라졌다. 진광·진원·진오·진수·진각·진범·진능·진홍·진현·진명 스님이 나타났다. 천진불의 탄생이다.

봉축 홍보 대사로 활동

부처님 맑음 전하는 천진불

부모와 자녀 교육 동시에 ‘긍정 효과’

“세상을 따뜻함으로 채우는 사람이 될 터”

홍법사(주지 심산)가 ‘제12기 동자승 단기출가 삭발수계식’을 4월 18일 대광명전에서 개최했다. 삭발수계식은 육법공양으로 시작해 삼귀의 및 보현행원, 한글 반야심경으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수계법사를 청하는 청사로 수계를 요청했다. 부처님께 삼배 후 동자 스님들은 부모님이 계신 집을 향해 삼배를 올렸다. 삭발이 진행되자 4월 14일부터 행자 생활을 시작한 10명의 동자 스님들은 자리에 앉아 머리를 내밀었다. 우는 스님도 하기 싫다고 떼를 쓰는 스님도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삭발을 받아들이며 어색해 할 뿐이다. 그리고는 금방 천진불의 모습으로 돌아가 장난끼 가득한 모습이다. 오히려 대광명전 이층에서 삭발식을 바라보던 부모들은 만감이 교차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 후 거불과 수계자 삼배 후 참회 및 연비 시간이 되자 동자 스님들의 얼굴에 안 보이던 긴장감 비췄다. 주지 심산 스님이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하고 참회진언을 외자 동자 스님들도 곧 따라 외웠다. 심산 스님은 참회의 뜻을 동자 스님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며 “지금 까지 나쁜 일도 하고 엄마 말도 안 듣고 했던 것을 다 없애주는 거야. 제일 착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니 참회 진언하며 연비 받아야 겠죠?”라고 말하자 동자 스님들은 더욱 큰 목소리로 진언을 외며 팔을 내밀었다. 참가한 대중들은 응원을 하듯 진언을 큰 목소리로 따라 외쳤다.

삭발수계식 후 참회 진언을 따라하며 연비를 받는 모습

이후 동자 스님을 대표해 진광 스님은 “부처님 부처님 우리 부처님”이라며 발원문을 읽어 내려갔다. 진광 스님은 먼저 부모님께 “저희들은 즐겁고 신나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스님들의 보호 속에 마음껏 뛰어 놀고 마음과 생각도 자라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어린이를 사랑하는 부처님, 오늘은 저희가 동자 스님이 되는 날입니다 부처님의 바른 지혜로 복덕을 갖추길 바랍니다. 슬기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세상을 따뜻함으로 채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며 의지를 다졌다.

발원문을 낭독하며 지혜로운 삶을 발원하는 스님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들은 심경이 복잡하지만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삭발식에 참여한 이중휘(36)씨와 황유나(38)씨 부부는 “씩씩하게 잘하는 모습도 보이고 방긋 웃으며 생활하는 것을 보니 한결 마음도 놓이긴 하는데 심경이 복잡하긴 했다”며 “하지만 오랜 시간 기다렸던 기회라 기대감도 크고 입재식 올 때도 아들 이호를 스님이라고 부르며 마음을 준비해서인지 적응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자모들은 삭발식을 보며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단기 출가기간 동안 자녀와 부모에게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귀남(65)불자는 이번 동자 스님 가운데 유일한 비구니 스님인 진명 스님의 할머니다. 김귀남 불자는 “사실 진명 스님의 친척이 먼저 4기 5기 때 동자 스님으로 단기 출가를 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며느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긍정적이였다.”며 “ 단기 출가 후 돌아온 그 친척의 자녀들이 너무나 모범적이고 뛰어났다. 동자스님으로 생활하는 그 기간이 자녀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지 이미 알고 있었고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아서 무리 없이 여자 임에도 삭발까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미정(38) 자모는 “진광 스님 그리고 진범 스님 이렇게 연년생이 한번에 출가를 했다. 주변에 만류도 있었지만 좋은 경험도 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알기에 망설이지 않았다”며 “내 품을 떠난 자녀의 모습을 통해 저도 부모로 더욱 성장 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을 이었다.

자모들이 대광명전 2층에서 지켜보는 모습
부모들이 인터뷰 후 활짝 웃으며 동자 스님들의 단기 출가 생활을 응원했다.

 삭발수계식을 마친 스님들은 대광명전에서 나와 발우 공양을 위해 공양실로 향했다. 발우를 들고 국을 받는 동자 스님들께 사진을 찍기 위해 합장을 요청했다. 그러자 스님들은 합장은 음식을 받지 않을 때 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동안 배운 바에 어긋나는 요청에 돌아온 면박이지만 그만큼 철저히 교육받는 모습이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게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6살인데 동자 스님들은 국을 먹을 때 국 발우를 들고 밥을 먹을 때 밥 발우를 들어 흘리지 않고 공양을 먹고 정자세를 유지했다.

발우 공양을 하기 전 공양게를 외는 모습

행자 기간 부터 동자승 지도를 맡고 있는 법사 운서 스님은 단기 출가여도 출가이기에 마음을 교육하고 행동을 닦는 수행을 이어 간다고 설명했다.

운서 스님은 “단기 출가이지만 스님들이다. 발우 공양을 비롯해 자고 먹고 하는 소양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교육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가장 강조 하는 것은 “마음이 예뻐지는 연습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음을 지속적으로 가르친다”고 했다. 그래서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심성을 부드럽게 해주는 마음을 설명하고 엄마를 가장 많이 찾는 잠자는 시간에도 명상으로 재우고 있다”며 “아직 우는 스님은 한분도 없었다”고 했다.

발우 공양 모습

앞으로 홍법사 동자 스님들은 5월 3일 부처님오신날 까지 봉축을 축하하며 해군작전사령부, 통도사, 부산지방경찰청, 금정소방서, 부산연등축제 등에 방문하고 홍보 역할을 담당한다.

여러 활동 가운데 가장 기대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동자 스님들은 “소방관 아저씨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불을 꺼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곧 이어 “경찰 아저씨도 만나러 가지요? 그럼 도둑 잘 잡아 줘서 고마워요라고 하고 싶다”며 신난다며 즐거워했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단기 출가를 통해 동자 스님들의 천진난만함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고 봉축을 축하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며 또 “참여하는 부모들과 동자 스님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는 좋은 시간이 되고 있다”며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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