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다시 연둣빛으로 깊어가고, 계절 속에 서있는 석탑은 또 새로운 오늘을 견딘다. 저 짙어가는 풀잎만큼만 하여도 좋으련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에서 달라지지 못했고, 아득한 세월을 하루처럼 견딘 석탑 앞에서 나의 오늘은 또 다시 힘겹다. 어느 날, 그렇게 혼자가 된 것은 나만을 걱정하며 살았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남을 도울 수 없는 것 역시 나만의 오늘을 힘겨워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이 계절이 지나가면 다른 빛깔의 계절이 찾아와 또 다시 깊어갈 텐데. 그리고 석탑은 또 다른 하루를 여전히 견뎌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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