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도색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의 휴대폰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밧줄을 끊어 추락사하게 만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신고를 받고 자신의 집을 방문한 인터넷 수리기사를 사소한 시비 끝에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소중한 남의 목숨을 빼앗은 범행의 동기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한심한 이유들이 아닐 수 없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험악한 세상이 되고 말았는가.

외벽 도색하던 하청노동자
음악 듣기 싫어 생명줄 끊어
인터넷 늦다고 수리기사를
시비 끝에 칼부림 살해해

연이은 분노조절장애 살인
얼마나 부도덕한 사회인가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 필요
불자들부터 자비심 나누길
사회적 차원 안전망도 절실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일어나면 범죄 심리학자들은 한국사회의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도를 넘었다고 진단한다. 다양한 종류의 원인분석과 함께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에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신과치료를 적극 권유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를 모두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희생자의 가족입장에서 보면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화목하게 산 죄 밖에 없는 그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생긴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억울하기만 할 것이 분명하다. 

밧줄이 끊겨 생명을 잃은 사람은 5남매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지아비로서 성실하게 살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인터넷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집을 방문했다가 비명횡사하게 된 다른 한 사람은 노모를 모시고 대학생 자녀 둘을 뒷바라지 하던 재취업 기술자였다. 그는 ‘동네 사위’로 불릴 만큼 주변사람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이웃사촌들을 너무나 허망하게 잃고 말았다. 두 사건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 그리고 얼마나 부도덕한 사회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와 같은 사회를 만든 것은 나 이외의 다른 어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공업(共業)의 수혜자임과 동시에 공업(共業)의 기여자들이기 때문이다.

다소 진부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려는 윤리적 성찰이 무엇보다 요청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가지려고 아귀다툼한 업보를 받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부터 조금씩만 욕심을 내려놓기로 하자.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하는 이상 개개인의 사적 이익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지금부터라도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이럴 때일수록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더 나아가 부처님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불자 이웃끼리라도 자(慈)와 비(悲)의 마음을 서로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향한 적극적인 마음씀씀이를 의미하는 자(慈)와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참여하는 소극적인 마음나누기로 이해되는 비(悲)의 실천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남들에게 갖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충분한 것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차원에서도 안전 시스템의 제도적 확립과 유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불행한 두 사건을 계기로 공업의 엄중함을 깨달음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자비심이라도 실천하자는 사회적 캠페인이 들불처럼 일어나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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