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노세 우시조 촬영본 일반에 첫 공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여는 ‘90년 전 흑백사진에 담긴 우리문화재’ 展에서는 1920년대 건축ㆍ고고학자인 노세 우시조가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직접 촬영한 우리 문화재의 유리건판 사진 87점이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원원사지 발굴모습. 사진제공=경주세계문화엑스포

1920년대 일제강점기 경주 모습
원원사터 발굴 과정도 사진 담아
87점 일반에 최초 공개돼 ‘눈길’
유리재생산 업체 넘어갈 위기도

 

원원사터, 황복사터, 감은사지 등 찬란한 불교문화를 보유한 경주의 90년 전 모습은 어떨까. 1920년대 불교 문화재를 비롯한 우리 문화유산들을 촬영한 미공개 사진자료가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하마터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뻔한 비하인드스토리까지 전해져 더욱 큰 주목을 끌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90년 전 흑백사진에 담긴 우리문화재’ 展을 9월 1일~10월 31일 엑스포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시대 건축ㆍ고고학자인 노세 우시조(能勢丑三, 1889-1954)가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직접 촬영한 우리 문화재의 유리건판 사진 87점이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작품들은 노세 우시조의 촬영본 700여점 중 엄선한 것으로, 원원사터ㆍ황복사터ㆍ감은사지 등 불교 문화재를 비롯해 신문왕릉ㆍ성덕왕릉ㆍ헌덕왕릉 등이 포함된다. 경주 지역 사진 뿐 아니라 예천 개심사, 구례 화엄사, 개성 고려왕릉 등 기타 지역의 90년 전 모습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노세 우시조는 1926년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프 아돌프가 서봉총 발굴현장을 방문할 당시 수행단 일원으로 처음 경주를 방문했다. 그는 경주의 문화유산, 특히 십이지신상에 매료돼 그 때부터 10여 차례 경주 유적지를 찾아 문화재들을 유리건판에 담았고 사비를 들여 발굴 복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토대학 고고학연구실에 근무하던 노세 우시조는 심각한 생활고로 인해 한국의 십이지상 및 경주의 발굴사진을 찍은 유리건판을 유리재생산 업체에 넘기려고 했다. 이를 일본의 불교문화재 사진작가 오가와 세이요(小川晴暘)가 창업한 문화재 전문 사진업체 아스카엔(飛鳥園)이 구매ㆍ소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아스카엔은 노세 우시조의 유리건판 사진들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후 지난해 12월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과 오세윤 사진작가와 함께 디지털 촬영 작업에 돌입했다.

감은사지 모습. 사진제공=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귀중한 문화재 사진이 담긴 건판필름이 유리컵으로 재생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막은 오가와 세이요 작가와 아스카엔 사진관에 대한 소개도 전해진다.

이동우 경주엑스포 사무총장은 “아스카엔 소장 일제강점기 경주문화재 사진전은 경주엑스포공원의 지역문화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의미가 크다”면서 “관람객들에게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박임관 경주학연구소 원장은 “노세 우시조는 우리나라 십이지신상에 관심이 높았고 특히 원원사지의 탑지 발굴과 탑재를 모아 복원하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 의미가 더욱 크다”며 “90년 전 당시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가꿔가는 문화유산의 원형을 제대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사)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ㆍ경주학연구원ㆍ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주관한다.

개막식은 9월 1일 오후 2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엑스포문화센터 로비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오가와 세이요 작가의 손자이자 現 아스카엔 사진관 소장인 오가와 고우타로(小川 光太郞) 씨가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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