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이 만드는 뇌 혁명

제임스 킹스랜드 지음 / 구승준 옮김 / 조계종출판사 펴냄 / 1만 9800원

현대 과학의 뇌 탐험으로 밝혀낸 마음챙김 효과

믿음 아닌 체험에 근거한 불교 수행법 마음챙김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의 기업서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피로감 해소를 위해 도입, 실행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는 서구인들에게 집중력 향상법, 그리고 뇌 휴식법으로 각광받는 명상법이다. 우리나라서 ‘마음챙김’이라고 번역돼 알려진 이 명상법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마음챙김이 처음부터 마음 다스리는 방법으로 각광 받은 것은 아니다. 명상이 서구에 알려진 초기, 마음챙김을 비롯한 명상은 종교적인 수행법으로 여겨졌으며, 과학자들이 명상이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연구하려면 허무맹랑한 분야를 연구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몇몇 연구자들은 명상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명상, 특히 마음챙김은 정신 건강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음챙김은 여러 매체와 책을 통해 소개되며 각광 받는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명상이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성질만 생존하고, 결함은 도태되는 식으로 진화됐지만, 뇌는 완전하게 변하지 못했다. 우리는 우울증이나 중독,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으며, 그 정도는 점점 심해진다. 저자는 뇌 결함으로 일어나는 이런 문제 해결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꼽으면서, 그것이 우리 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마음챙김을 하는 ‘방법’을 소개한 대다수 책과 달리 이 책은 마음챙김이 우리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소개한다. 수많은 신경과학, 그리고 임상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음챙김이 뇌를 어떻게 변화시켜,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밝힌다. 그리고 여러 작용 가운데 특히 불안이나 스트레스, 우울증이나 중독 등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정신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그 과정서 저자는 명상과 관련된 가장 초기의 연구부터 최근 연구까지 참고하며, 신경과학과 임상심리학 분야의 다양한 연구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연구 결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등 마음챙김이 불안이나 스트레스, 우울증이나 중독에 어떤 효과를 지니는지 객관적 증거를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챙김을 하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단순 결론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챙김을 하면 어떻게 뇌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러면 이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마음챙김이 왜 마음공부 방법으로 주목받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마음챙김’에 대해서만 다룬 것이 아니라 마음챙김 바탕에 깔려 있는 불교까지 다룬다는 점이다. 인간이 가진 괴로움서 벗어나 변하지 않는 영원한 행복을 구하고자 출가한 수행자 싯다르타는 마음챙김을 통해 부처가 됐으며, 지금까지도 마음챙김은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이다.

그래서 불교서 말하는 ‘부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마음챙김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수행자 싯다르타가 부처 되는 과정, 그리고 부처가 된 이후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불교서 말하는 ‘깨달음’이 정말 인간이 지닌 여러 문제들을 극복하고, 우리를 행복(well-being)으로 이끌게 되는지 역시 과학의 시선으로 탐색했다.

각 장 도입부에 싯다르타의 출가나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처가 된 후 다섯 비구에게 한 첫 설법 등 싯다르타 생애 중 인상적인 몇 장면을 소개한 뒤 이 장면에 나타난 그의 가르침이나 행동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그의 가르침을 따르면 현대의 우리에게 일어나는 문제도 해결 가능한 것인지를 신경과학이나 임상심리학 등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술한다.

이를 통해 마음챙김이라는 불교 수행법이 종교적 믿음에 기초한 정신적인 분야의 것이 아니라, 실질적 근거가 있는 체험의 영역에 있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일 기자 kimji4217@hyunbul.com

책속의 밑줄 긋기

-인간의 뇌가 더 크게 진화했기 때문에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약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해독제를 우연히 찾았다. 자기 심리 상태를 훨씬 평온하게, 즉시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는 심리적 속임수다. 벤슨은 말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불안증, 분노 등 많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행착오 끝에,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아무 자세나 취하고 아무렇게나 호흡해도 상관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효과를 봤습니다.”

-“마음챙김에서는 불편한 감정이나 감각을 피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쪽을 향해 주의를 돌려서 호기심 어린 초연함을 가지고 관찰한다. 이렇게 해서 불편한 감정이나 감각이 자기 몸과 별개인 인식의 대상이 될 때 점차 불편함이 감소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각 그 자체가 희미해진다. 싯다르타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불의 숭배자들에게 ‘탐욕, 성냄, 망상’의 불로 “일체가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중독 대상에 대해 갈망하는 것은 산 채로 불태워지는 듯한 끔찍한 느낌이다. 그러나 육체적 감각에 집착하고 자신을 그것과 같다고 여긴다면 그 불길에 더 많은 연료를 쏟아 붓는 것이다. 자극이 전해질 때마다 담배에 불을 붙이거나 술병을 드는 행위가 중독의 불쾌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습관이 남아 있는 한 중독의 쳇바퀴는 반복될 것이며, 중독을 촉발하는 자극 또한 점점 더 깊이 각인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갈망에 대해 집중하되 초연히 알아차리면 갈망과 나의 관계를 변화시키게 되고, 갈망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그것들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통찰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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