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당선인 설정 스님은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한 선승의 풍모가 강하다. 스님의 은사는 덕숭총림 수덕사 제3대 방장인 원담 스님이었고, 제자인 자신도 뒤를 이어 방장이 될 정도로 수행력을 총림 대중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종단이 어려울 때면 앞에 나서 수습한 후 돌아보지 않고 걸망을 메고 떠났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 리더십
쉼 없이 수행한 선승이면서
종회의장 등 행정력도 ‘탁월’

선승은 잠시 좌복을 물리고
불교 발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사문의 길에 나서다
설정 스님은 1941년 충남 예산 덕산면서 태어났다. 주역의 대가였던 아버지는 만공 스님에게 계를 받을 정도로 돈독한 불심을 가졌다. 14살에 신심 깊은 아버지의 생신불공을 위해 수덕사에 들렀던 스님은 그대로 사문의 길로 나섰다.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설정 스님은 1955년 수덕사에서 혜원 스님 계사로 사미계를, 1961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강원을 마친 후에는 수덕사·봉암사·상원사 등 제방선원서 간화선 수행에만 전념했다.


이렇듯 간화선 수행은 설정 스님의 63년 출가 노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2011년 4월 본지 인터뷰 ‘선지식을 찾아서’에서 설정 스님은 간화선 수행의 접근 방법과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밝히고 있다.

“선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철학은 하루를 경영하고, 사상은 내일을 경영하고, 선은 영원을 경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자기 생명을 경영해서 행복하고 자유스럽게 만드는 것이 선입니다. 영원의 농사를 짓는데 단시일에 효과를 보려고 해서 되겠어요? 차분히 한순간 한순간 하다보면 그것이 쌓여서 자리가 잡히고 선의 참맛을 알아가게 됩니다.”

 

慧刀亂麻 혜도난마正法實現 정법실현“부조리들 지혜의 칼로 모두 잘라 세상에 바른 법을 실현하라” 본지 지령 1000호 특집에 당시 덕숭총림 방장이던 설정 스님이 내린 휘호다. 감로수 같은 맑고 향기로운 글들을 통해 부처님의 법을 널리 알려 세상에 목탁같은 존재가 되라는 큰 가르침이었다.

‘신심·원력·공심’ 스님의 기본
설정 스님의 이번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신심·원력·공심- 새로운 한국불교, 교구에서 시작됩니다’다. 이 역시 설정 스님의 삶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2012년 하안거 해제를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바른 수행자상에 대해 설명하며 ‘신심·원력·공심’을 강조했다.

당시 스님은 “스님은 부처님 진리에 대한 신심과 중생제도의 원력, 그리고 공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면서 “공심이 결여되면 부정부패가 온다. 신심·원력·공심을 가지는 스님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도 신심·원력·공심에 대한 강조는 나타난다. 설정 스님은 “수행자는 먹을 것, 입을 것, 잠, 3가지가 부족해야 하며 공부와 노동이 함께 해야 힘 있는 공부가 된다”면서 수행자가 지녀할 생명줄은 ‘신심·원력·공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직한 수좌, 솔선수범하는 어른
설정 스님은 대쪽 같이 올곧고 강직한 수좌의 면모를 일생을 통해 보였다. 엄혹했던 시절, 1980년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10.27법난에 대처한 모습서도 잘 드러난다. 수덕사 주지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법난이 일어나 영장도 없이 대전 보안대 지하실로 잡혀간 스님은 사흘 동안 독방서 잠을 자지 않은 채 단식하며 좌선했다. 매일같이 조서를 쓰라는 강요에도 한 줄도 쓰지 않고 버텼고, 그곳서 있던 일을 나가서 얘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요구 역시 단호히 거절했다.

제11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당시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며 청와대 불교 지도자 조찬모임을 단박에 거절한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솔선수범의 리더십’ 역시 설정 스님을 설명하는 수사(修辭)다. 2011년 1월 설정 스님과 맏상좌 주경 스님이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주경 스님이 밝힌 일화들은 이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언젠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회를 마친 다음 날 아침 도량에 걸렸던 등이 모두 걷어져 있어 깜짝 놀랐는데 이는 모두 설정 스님이 직접 거뒀다. 눈 많던 어느 겨울날, 도량의 눈이 모두 치워져 있었다. 참배객들은 모두 “이 절 스님은 참 부지런하다”고 칭찬했다. 이 역시 이른 새벽부터 나와 설정 스님이 눈을 치웠기에 가능했다.

이에 대해 주경 스님은 “스님께서는 무슨 일이든지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함께 하신다. 그러니 아랫사람도 대충할 수 없다”면서 “산중에 어울리는 어른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깨달음의 과정을 묘사한 심우도의 마지막은 ‘입전수수(立廛垂手)’다. 깨달음을 얻고 난 후 거리로 돌아가 중생을 제도하는 경지를 의미한다. 이는 불교의 궁극적 뜻이 중생제도에 있음을 상징화한 것이기도 하다.

선승은 잠시 좌복을 물리고, 거리로 나왔다. ‘신심·원력·공심’으로 ‘불교다운 불교’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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