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교수, 향상포럼서 ‘현실 화쟁론’ 제언

원효 스님의 핵심 사상 중 하나는 ‘화쟁’이다. 쟁론을 화(和)하는 화쟁을 현대사회 문제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총론적 방법론이 제시됐다.

박태원 울산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10월 20일 중앙신도회관 3층 보리수실에서 진행된 향상포럼 10월 발표에서 화쟁 사상의 현실 반영에 대한 방안을 내놨다.

원효의 ‘門 구분 통한 화쟁’
무조건화·절대화 배제 노력
‘기울어진 운동장’의 해결은
강자 유리함 상쇄해야 가능
‘합리의 힘’ 종교계 수용해야


박 교수는 ‘원효와 말 섞기-지금 여기의 원효를 위한 소참’ 발제문에서 원효의 화쟁 사상을 분석하고 ‘지금 여기의 화쟁론’을 제시했다.

원효의 화쟁 사상 특징을 박 교수는 ‘문(門) 구분’에 있다고 봤다. 박 교수에 따르면 원효의 ‘문’은 종류·유형과 방식·측면으로 나눠 번역되는데 이견을 회통해 쟁론을 화쟁할 때 채택한튼 문의 의미는 방식에 가깝다. 철학적으로는 “견해·관점·이론의 조건 인과 계열”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원효는 견해와 이론의 문 구분을 통해 불통의 쟁론을 소통의 화쟁으로 바꾸려했다”면서 “이는 인류의 오래된 ‘무조건화와 절대화’의 언어 사유의 관행을 치유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구분을 통한 화쟁은 견해에 ‘합리의 힘’을 실을 수 있는 원천인 붓다의 연기 법설을 원효 식으로 계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합리의 힘’을 실을 수 있는 ‘문 구분을 통한 화쟁’을 통해 화쟁을 ‘지금 여기’에 소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전제 조건으로 △견해 주체들 간의 상호신뢰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고려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 중 ‘기울어진 운동장’ 해결에 대한 논설은 주목할만 하다. 애초 공정할 수 없고, 유불리가 명확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쟁론은 이뤄지지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 교수는 쟁론 주체들에게 대한 ‘차별’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게임 규칙처럼 이미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 자가 유리함을 상쇄하는 정도의 차별적 규칙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쟁론적 게임에서 화쟁적 태도를 선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강자가 먼저 선택하도록 해야 공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가 ‘절대화’에서 ‘다면화’로 사유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한 박 교수는 종교계가 화쟁의 담론에 응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국사회를 화쟁과 통섭의 길에 올려놓는 데는 한국 종교계의 용기있는 선택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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