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신년기자회견… 봉축 前 대사면 예고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월 11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향후 종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재완 기자

조계종이 무술년 한 해 ‘신심과 원력, 공심으로 존경받는 한국불교’라는 종무기조 아래 대탕평 조치와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공동체 화합을 도모한다. 대탕평 조치에는 멸빈자 사면과 해종언론 논란 등 각종 교계현안이 담겨 눈길을 끈다.

조계종(총무원장 설정)은 1월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서 불기2562년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종무기조와 종책과제 등을 발표했다. 35대 집행부는 올해 △수행하는 한국불교 △승려복지 확대 △교구·종단 발전 △미래 대비하는 종무행정 △전법공동체 실현 △사회와 함께하는 불교 △한국불교 전통문화 홍보 △전통문화 계승발전의 책임있는 국가정책 도모 등을 중점 종책과제로 제시했다.

공의 통한 화합, 최우선 순위
특히 기자회견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종단운영을 위한 기반으로 ‘사부대중 공의’에 무게를 두고, 대화합과 수행공동체 정신 회복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것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우리 종단에는 시대적 또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종단의 제재로 대중과 멀어진 출가수행자들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조계종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회향하길 희망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살고 있다”면서 “불행했던 과거의 아픈 종단 역사를 정리하고 조계종 공동체의 화합과 불교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대화합, 대탕평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설정 스님은 이를 위해 종도들의 공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가능하다면 올해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사부대중이 모여 조계종 공동체 대화합을 선언하는 법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설정 스님은 “대탕평 시행에는 사부대중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종단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이들의 진정한 반성과 참회, 수행심 회복과 종도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1월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박재완 기자

설정 스님이 발표한 대탕평 조치에는 서의현 前총무원장 재심파동과 해종언론 문제 등이 포함돼 주목된다. 질의응답서 스님은 “모든 생명과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실수에 의해 영원히 내쳐지는 것은 부처님 뜻에 맞지 않다. 의현 스님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분이라고 하더라도 복권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종도들의 이해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언론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아가는 소통의 통로가 대화인데 끊어진 부분이 있다.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율장 근거한 총무원장 선거제 마련
지난해 10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당시 종단 내 선거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는 설정 스님은 이날도 선거제도 폐해를 지적하고, 율장에 근거한 선거제 마련을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당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시비 분별을 논하게 되고, 무분별한 중상과 모략을 넘어 금권이 동원되는 참담한 상황이 바로 조계종 선거제도가 직면한 현실”이라며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면 한국불교에 희망이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임기 내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의 선거제도 개선 복안은 직선제 수용이 아닌 추대제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스님은 “직선제든 간선제든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선거로 인한 문제는 발생한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꽃인 직선제는 종교적인 입장서 볼 때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조계종이 지배구조가 돼선 안 된다. 개선 노력에는 총무원장뿐만 아니라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 내 모든 선거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불교 전통문화 홀대 정책 개선 추진
아울러 설정 스님은 전통문화인 불교문화에 대한 공공기관의 그릇된 인식과 민간문화재 홀대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최근 세종시불교문화체험관 건립과정서 빚어진 차질과 평창올림픽 강원도 문화사업에서 월정사가 배제되는 일 등에 대한 정부 인식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1월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박재완 기자

스님은 “편협한 역사관과 문화관을 지닌 일부에 의해 전통문화 계승과 민족문화 가치보다는 종교적 잣대 또는 종교적 형평성을 이유로 민족문화를 홀대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관행과 시각을 이제는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국가는 헌법정신에 의거해 전통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각종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면단위로 관리되는 국가소유 문화재와 점단위로 관리되는 민간소유 문화재 예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뒤 전통문화와 자연유산정책 개선을 위한 노력도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모든 질문 받은 설정 스님 '눈길'
한편 설정 스님은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질문에 직접 답했다. 먼저 선거과정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당장 세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미진한 선학원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 부족에서 오는 원인이 크다. 서로 이해관계나 독선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큰 문제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출가자 급감 문제와 관련해 설정 스님은 “추후 출가자 복지를 전면 시행해 절에 오면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단 것부터 인식시켜야 한다. 우선적으로 현 출가자들이 수행자로서 바른 자세로 불교정신에 입각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외에도 민영소년원 유치에 나서 불교계 최초의 교정시설을 세우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설정 스님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을 생명·자연을 중시하는 불교적 정신으로 교화해 인생을 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서 “임기 내에 해내지 못하더라도 이 사업은 불교가 꼭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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