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2018년 신년기자회견서 주장

불교 등 5개 종교 환경단체들이 문재인정부 지난 8개월의 환경정책이 “정치적 책임회피”였다고 비판하며 지난 정권의 환경적폐를 바로 잡고 환경 정책 실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천도교한울연대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1월 15일 서울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문재인정부 환경정책 관련 워크숍‧총회 및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각 종단 환경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참석했다.

종교환경회의는 4대강, 설악산 케이블카, 핵발전소(원전), 사드를 비롯한 미군기지 환경문제 등 크게 4가지를 지적하며 4대강 재자연화, 설악산 보호, 핵발전소 반대, 성주 소성리 사드 기지 설치 불허를 요구했다.

특히 4대강재자연화에 대해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은 “강물은 흘러야 한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라며 “4대강으로 물에 의지하는 모든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불교환경연대는 2018년 신년 사업으로 격월 홀수달 넷째 월요일마다 정기 녹색불교포럼을 실시하고 △4대강 버드나무심기 △녹색사찰만들기 △숲체험교육·숲해설가 파견 △산림복지전문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음은 종교환경회의 기자회견문 전문.

[종교환경회의 2018년 신년기자회견문]

생태정의와 생명존중이 상식이다.
생명 공동체를 위하여 인간의 탐욕을 내려놓으라.

국가를 개발독재의 논리로 수익의 도구로 삼았던 이명박 정권과 국가를 사유화 했던 박근혜 정권의 9년 세월은 오랜 연구와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많은 환경정책과 생태정의를 크게 후퇴시켰다. 생명의 젖줄인 4대강은 죽음의 강이 되었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아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산지개발사업은 ‘산으로 올라간 4대강 사업’에 다름 아니었다. 또한 전기가 남아돌아도 핵산업계의 블랙아웃 공포 조장은 한반도를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발전 단지로 만들었고, 주한 미군기지 환경오염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역사를 퇴보시킨 부정한 정권을 촛불로 몰아냈고, 적폐를 청산하라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선거공약과 집권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 4대강 수문을 개방하고, 물관리 일원화 추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지, 노후화 된 석탄발전소의 한시적 가동 정지 등의 조치로 환경을 걱정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 종교인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우리 종교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8개월여의 환경관련 정책과 실행과업들의 진정성에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4대강을 살리려는 필수조치였던 수문개방 조치는 흉내만 내었고, 치명적인 녹조는 여전하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세력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여전히 근거 없는 농업용수 핑계와 4대강 보가 녹조와 수질오염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책임을 방기(放棄)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어떠한가.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보존하기로 법으로 정한곳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환경적폐로 지적된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오히려 문재인 정부들어 중앙행심위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하고 이를 다시 부결시킨 문화재위원회의 재부결을 사상 유례없이 정면 부정하고 승인하는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권과 달리 생명을 존중하고 문화재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주기를 바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고시를 철회함으로서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환경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다. 후쿠시마 이후 전 세계의 탈핵 선언이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선거 공약으로 ‘40년 후 원전제로 국가’를 내걸었다. 그러나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며 선거공약을 파기해 버렸다. 일반인들에게 제한적인 기간에 몇 번의 강의를 듣게 하고 중차대한 결정을 맡기는 방법이 과연 숙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공론화는 정부 스스로가 탈핵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이 없기에 찬핵과 탈핵 양쪽의 비난을 동시에 면하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었다.

미군기지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주한미군의 병참기지인 왜관의 캠프 캐럴에서 조사된 내용은 충격적이다. 토양에서 각종 유기화학물질이 기준치의 수 십 배, 수 백 배가 검출되었다. 용산과 부천, 평택을 비롯한 다른 미군기지도 예외는 아니다. 엄격한 평가와 사후 복구까지의 매뉴얼을 명확하게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성주 소성리에 불법으로 진행된 사드기지의 환경영향평가는 이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매우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다.

문재인정부 지난 8개월의 환경정책은 한마디로 정치적 책임 회피였다. 대중의 관심도가 낮은 분야에서는 박근혜정권의 적폐를 그대로 수용하였고,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는 불충분한 공론화로, 또는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로 오히려 적폐를 용인(容認)하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우리와 생명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인간의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환경정책은 헌법 제 35조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환경권에 기준하여 실행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환경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만 승인을 하고 악화시키는 사업은 영향이 아무리 미미하다 할지라도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을 준수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적확한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상식을 내세웠다. 무엇이 상식인가?

▶ 강물을 막으면 썩는 것이 상식이다. 4대강은 재자연화로 흐르게 해야 한다.

▶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인 설악산은 개발논리로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 핵발전을 위해 미래세대에게 10만년을 영구 격리해야 하는 치명적인 핵쓰레기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 불법으로 진행된 성주 소성리 사드기지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불허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난 이명박 · 박근혜정부에서 저지른 생명이 무시되고, 국토가 철저하게 파괴된 악몽은 언제라도 또다시 시도될 수 있기 때문에 현명하고 철저한 대비가 절실하다. 우리 종교인들은 문재인정부가 지난 정권의 환경적폐를 바로 잡고 생태문명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정책 실현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생명이 존중되고 더불어 사는 생명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에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모든 존재들이 서로 평화롭게 하소서!

 

2018년 1월 15일
종교환경회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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