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

통도사 정초법회…주제 : 새해 갖춰야 할 마음가짐

양력이든 음력이든 새 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한 해 계획을 수립하고 소원을 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고 소원을 비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돌아보고 단련할 의지가 필요하다.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은 2월 18일 통도사 정초법회서 ‘새해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주제로 법문했다. 영배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과 백장 선사의 일화에 빗대 세상은 본질적으로 무상하니, 넓은 시야와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했다. 또한 영배스님은 “기도를 통해 험난한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형 기자
영배 스님은… 경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6년 사미계, 1971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 11~15대 중앙종회의원과 총무원 호법부장, 동국대학교 이사장 불교방송 상무, 동국대 이사장, 불교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통도사 주지소임을 맡고 있다.

새해 다짐·계획에 몰두 말고
이룰 수 있는 힘을 길러야…
욕망 억제·올바른 노력하면
긍정 에너지로 방향성 좋아져


설날이 되어 무술년 한해가 새롭게 시작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 해가 시작되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새로 하고 싶은 일도 만들고,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그러한 소원과 계획,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될까 하는 것이 오늘 법문의 요지입니다.

조사어록에 나오는 말씀을 중심으로 법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백장 스님이란 법문에 많이 나오는 선사가 계십니다. 이분에게 어떤 스님이 묻습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奇特事)입니까?” 그러자 백장 선사가 “대웅봉(大雄峯)에 홀로 앉았느니라”라고 답합니다. 스님이 절을 하니 선사가 주장자로 때렸습니다. 선문염송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일까요?

‘기특’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이지 아니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은 항상 기특한 것, 기적을 꿈꾸는 습성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로또 한번 당첨되는 기적을 바라죠. 그렇지만 세상에 나와 동떨어진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백장 선사는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은 무상…넓은 시야 가져라
부처님은 이 세상을 본질적으로 무상(無常)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불자들이 무상이라는 말을 잘 못 해석합니다. 무상이 ‘허무하다’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고 없을 무(無), 항상 상(常)으로 항상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걸 다른 말로 바꾸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생들은 단견(短見), 짧은 견해로 쳐다보며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영원히 나를 좋아해야 되고, 내가 좋아했던 물건이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는 단견에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세상이 무상하니까 변하고, 또 변하니까 넓은 시야와 긴 호흡으로 이 세상을 쳐다보라고 하셨습니다.

‘일일부작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 일하지 아니하면 하루 먹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백장 선사가 실제로 실천한 일입니다. 이 노인이 90세가 넘도록 살았는데, 그 나이가 되도록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때가 되면 딱 농기구를 가지고 밭과 논을 매는데, 하루는 밑에 있는 젊은 스님들이 노스님 일 그만하시라고 농기구를 싹 없앴습니다. 그랬더니 이 노인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 버리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중들이 스님 공양하시라고 하니, “내가 오늘 하루 일하지 아니했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겠노라”고 하셨습니다. 아직도 선방에서 공부하는 많은 스님들이 백장 스님 이야기를 적어놓고 항상 보며 공부를 합니다.

욕망을 억제하라
다섯 명의 비구가 수행을 하다가 하루는 부처님을 뵙고 “감각적 욕망들 중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우리 몸은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6근으로 구성됐죠. 이 여섯 가지로 일어나는 욕망을 감각적 욕망이라고 합니다. 비구들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의 지난 업에 대해 설명하시고 자신들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 받아 왔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눈을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귀를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코를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혀를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몸을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말을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마음을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일체에 있어 억제하면 좋은 일이다. 억제하는 수행자는 일체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난다.”

감각적 욕망이 일어날 때 갖고 싶고·하고 싶고·먹고 싶어 하지 말고 억제하라는 것입니다. 밥을 많이 먹어 소화가 안 된다면 소화제를 먹어야죠. 그런데 억제를 하면 소화제를 안 먹어도 속이 편합니다. 마음과 몸을 다 억제하면 고통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특별한 기적은 무의미하다고 했습니다. 기적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뿌리 없는 나무에 열릴 수 없는 열매와 같다. 뿌리가 없는데 어떻게 열매가 열립니까. 진짜 기적은 우리 일상적 삶 속에서 다 이뤄집니다. 내가 남을 쳐다보는 게 기적이고 내가 남을 사랑하고, 지금 앉아있고, 누워서 잘 수 있는 게 다 기적입니다. 일상적인 삶의 현상에서 기적이 존재 합니다. 그래서 이 기적을 위해서 우리는 게으름으로부터 벗어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됩니다. 항상 이런 훈련을 하면 몸과 마음에 근육이 생깁니다. 마음의 근육은 마음훈련을 통해 가능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내 욕망의 감각이 일어났을 때 억제하고 모든 느낌을 그대로 놔두면 자연히 소멸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올바른 노력에는 4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 째는 이미 일어난 악을 물리치는 노력. 악을 물리치는 노력을 첫 번째로 해야 하고, 두 번째는 악이 앞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 우리가 양심적으로 무슨 일을 하다 보면 악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을 개발하려는 노력입니다. 남을 위해 봉사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개발노력입니다. 네 번째는 이미 발생된 선을 계속 유지하려는 노력입니다.

일어난 악을 물리치는 노력, 악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을 개발하려는 노력, 이미 발생한 선을 유지하는 노력. 우리 삶에 올바른 노력을 적용하면 건전하지 못한 정신상태의 숫자를 줄여나간다. 건전한 생각들을 늘여서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해야 됩니다.

홀로 존재하고 긍정적으로 사유를
불교는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고 홀로 존재해보라고 합니다. 우리는 원래 혼자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하죠? 자살하는 사람들 유언에 보면 아버지, 어머니도 있고, 형제도 있고 친구도 있고 다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 사람들과 마음을 열어놓고 자신의 얘기를 다 하고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고 사는데, 죽을 땐 그 사람이 아무 필요가 다 없어집니다. 그런걸 보면서 ‘홀로’라는 말이 참 중요한 단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홀로 되는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살한 사람의 홀로는 ‘나는 이 세상에 아무 필요 없는 존재고, 이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생각의 홀로입니다. 하지만 홀로의 진정한 의미는 내가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가장 존귀한 홀로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니 그 분들이 그런 극단적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으로 힘을 길러야 합니다. 부정적 마음은 상대적 비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긍적적 마음은 이타적인 생각을 더 많이 가지는 데에서 일어난다고 했어요. 그래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에너지는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좋은 지도자가 된다고 했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 예를 들어 얘기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기도를 하는데 기도를 하면 내 원도 이뤄지고, 남의 마음도 바꿀 수 있고, 원하는 것도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뭘까요? 기도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 힘든 일 온갖 일들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기도를 해두면 그 힘에 의해 어떤 상황이 내 앞에 나타나더라도 그 상황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렇게 쓰러지거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금년 무술년에는 여러분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분 앞에 어떤 상황이 와도 부처님이 여러분 가슴에 존재하고, 어떤 일도 다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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