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연기법’ 알면 세상·돈 모두 보인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누군가가 이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면 참으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거다.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가장 좋아하는 대화 주제는 돈 이야기다. 요즘은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해서 알바를 하기도 하고 부모로부터 돈을 타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청소년도 많다. 중국에서는 아이폰을 사기 위해 장기를 팔았다는 어떤 소년 이야기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재테크 이야기는 누구나 솔깃해 한다. 대화 중 좋은 정보가 있으면 메모하는 사람도 있다. 그 어떤 대화보다도 공통점을 찾기 쉬운 대화가 바로 ‘재테크 이야기’ ‘재산 불리기’에 대한 대화다.

한국에서는 유명한 운동 선수가 코치가 된다. 미국에서는 유명 코치는 선수 시절 유명한 운동 선수가 아닌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운동을 잘하는 선수가 좋은 코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운동을 잘 한다고 좋은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잘 가르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버나드 쇼는 ‘할 수 있는 사람은 하고 할 수 없는 사람이 가르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운동 잘하는 사람은 운동하고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르치는지 모른다.

부자, 신념만 가지고 안되
세상의 법칙 살펴보아야
미래 예측 위한 식견 필요
불교 연기 살펴 키워가자

유명 정치가가 꼭 정치에 대해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잘 가르치는 정치학 교수가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경영학과 경제학 교수가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돈 버는 방법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돈 잘 버는 사람에게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얼마나 양심적으로 객관적으로 알려줄까? 못된 방법으로 돈을 벌었음에도 그러한 사실은 감쪽 같이 감추고 얼마나 자기가 능력이 있고 노력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설사 올바른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성공한 요인을 자기가 가장 잘 알 수 있을까?

몇 년 전부터 멘토로 불리우는 유명 인사의 성공담이 강연의 형태로 인기를 끌었다. 유명 인사의 성공담이 분명 우리에게 유익한 삶의 힌트를 주기는 하지만 사후에 만들어진 인위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삶은 회고적으로 보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우려가 있다. 뼈아픈 실수 때문에 특정 요인이 강조되기도 하고 자신의 성격 탓에 중요한 요인을 생략하기도 한다.

나폴레온 힐의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은 수많은 부자의 성공요인을 찾아다닌 결과이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부자를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그가 부자의 성공요인을 찾아보니 신념이 가장 중요했다는거다. 신념을 가져야 부자가 된다는 말은 참으로 편리한 말이기도 하다. 게으른 사람에겐 구미에 딱 맞는 이야기다. 손 발 하나 까딱하기 싫고 가지고 싶은 것은 하늘을 찌르는 현대인의 욕심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그저 신념만 가지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나는 신념을 가졌지만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을 많이 봤다. 사업을 할 때 신념이 없이 사업하는 사람이 있을까? 성공할 것 같으니 사업을 한다. 다만 대부분 실패하지만 소수만 성공한다. 성공한 소수만 찾아다니며 신념이 있었는가를 물은다면 당연히 그들은 신념이 있었다고 답한다. 실패한 사람을 찾아다녔으면 ‘신념이 있어서 시작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했다’는 답을 들었으리라.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인과 조건은 많지만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그런 책은 팔리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것만 하면 부자가 된다’라는 식의 메시지가 사람에게 호소력이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주기적으로 나와서 사람을 들뜨게 한다. 몇 년전에 ‘시크릿’이라는 책이 한국을 휩쓸었다. ‘신념의 마력’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였던 것처럼 ‘시크릿’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다.

‘시크릿’의 메시지는 ‘신념의 마력’의 아류에 불과하다. 간절히 소망하면 우주가 화답한다는 점술 같은 이야기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시크릿’에는 거래가 성사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어떤 사업가가 드디어 며칠 뒤에 연락을 받았다는 성공담이 소개되어 있다. 참으로 편리한 돈 벌이 방법이 아닌가? 그저 간절히 소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 성사가 된다. 사업하는 사람 중에 계약을 할 때 계약이 성사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이 간절히 물건을 팔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그중 일부만 성공한다. 성공한 사람에게 간절히 소망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세상에 이런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신념의 마력’이나 ‘시크릿’ 같은 책은 여전히 효용가치가 있음을 나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힘든 사업의 와중에서 기가 꺾이거나 포기하려고 할 때 이런 책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돈 버는 방법으로 참고하기엔 지나치게 단순하고 비과학적이다. 부처님은 제자에게 당신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지 말고 생각해봐서 타당하면 믿으라고 하셨다. 부처님을 논리의 화신이라고 하는 학자도 있다. 만약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면 불교적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불교의 세계는 연기의 세계다. 중아함경에는 ‘연기를 보면 법(진리)을 본 것이요 법을 보면 연기를 본 것이다’라는 부처님 말씀이 설해져 있다. 연기론은 불교교리의 핵심이다. 연기론에 공, 무아, 중도의 불교 핵심교리가 모두 담겨 있다. 잡아함경은 ‘연기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연기법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든지 안하든지 항상 존재한다. 여래는 이 법을 깨달아 해탈을 성취해서 중생을 위해 분별하여 설하며 깨우칠 뿐이다’라고 설한다. 즉 연기법은 원래부터 세상의 법칙으로 존재하였으나 다른 사람은 깨닫지 못하였고 부처님이 처음으로 깨달으셨다는 말이다. 부처님이 발명하신 교리가 아니니 불교교리이지만 세상의 이치이고 세상의 법칙이라는 말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연기론, 연기법을 알아야 한다. 불교경제관을 올바로 갖기 위해서도 연기론, 연기법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불교경제관도 연기론, 연기법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연기란 ‘연하여 일어난다’이며 ‘...로 인하여 일어난다 즉 생긴다’라는 의미이다. 가장 쉽게 연기법을 이해하는 방법은 잡아함경에 쓰여진 연기법에 대한 설명이다. 잡아함경에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라는 부처님 말씀이 설해져 있다.

연기법에 의하면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은 연기적인 존재이다. 수많은 요인과 조건에 의해 임시적으로 성립할 뿐 고정된 실체, 독자적 실체가 없다. 수많은 요인과 조건 중 하나만 변해도 임시적 결과는 또 다시 바뀐다. 부자가 되기 위해 뭐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불교는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요인과 조건을 이야기한다. ‘신념의 마력’이나 ‘시크릿’ 같은 책과는 달리 불교는 어떤 특정 요인 하나 만을 부각하지 않는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인과 조건을 나열하지도 않지만 한 두 가지 요인을 강조함으로써 사람을 현혹하지도 않는다. 연기법이 무엇인지 경전은 수레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수레는 자체가 독자적인 실체가 없다. 수레라는 별개의 물체가 있다고 생각하면 연기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수레는 나무, 가죽, 끈, 못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 가죽, 끈, 못을 우리는 수레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처럼 수레는 수레 아닌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 가죽, 끈, 못 등은 일정한 조건 하에 결합하여 임시적으로 수레를 구성한다. 만약 수레가 부서지거나 수레가 불필요하여 해체하면 더 이상 수레는 없고 나무, 가죽, 끈, 못 등이 남는다. 나무, 가죽, 끈, 못 등은 다시 수레가 될 수도 있고 가구가 될 수도 있으며 집을 짓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이 또한 임시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요인과 조건도 마치 나무, 가죽, 끈, 못이 모여 수레를 이루듯이 돈을 버는데 기여한다. 부처님이 열거한 돈을 벌기 위한 요인과 조건은 불변의 진리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대가 바뀌면 추가될 수도 있고 특정 요인이나 조건이 강조될 수도 있다. 불교의 세계에는 절대 진리는 없다. 부처님 당시인 2,600년 전에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요인과 조건이 지금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불교교리의 현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당시에 부처님이 말씀하셨던 요인과 조건을 다시 현대적 맥락에서 재구성, 재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기법에 의하면 미래는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어우려져 임시적으로 발생하고 임시적으로 발생한 결과는 곧 변화한다. 오늘날 미래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이다. 불교를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는 요청에 어떤 미국 학자는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제행무상을 이야기했다. 모든 것이 변하므로 삶은 허무하다고 말하지만 제행무상을 그렇게 이해하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거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수많은 요인과 조건 중 어느 하나만 변해도 결과는 달라진다. 돈을 버는 일도 미래에 발생하는 결과 중 하나이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연기화합해야 한다. 따라서 돈을 버는 일은 결국 미래에 일어나는 일로서 미래 예측에 관한 일이다.

사업가는 끊임없이 예측해야 한다. 사업가는 ‘내가 이렇게 계약을 하면 경쟁자는 다르게 대응할 것인데 그러면 나는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라는 식의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요인과 조건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돈을 벌기도 어렵다. 돈 버는 일은 철저하게 수많은 요인과 조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일이다. 그게 불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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