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 스님 발언으로 본 한국불교- ③ 외국인 승려는 데코레이션

대부분 간화선 수행자
일률적 잣대 들이대
영어법회·해외교구 등 활용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현각 스님이 쏟아낸 한국불교에 대한 실망감이 파장을 만들고 있다. 특히 외국인 스님들에 대한 조계종 폐쇄성을 두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각 스님은 2~3년간 7~9명의 조계종 외국인 스님들이 환속했고, 상좌들을 조계종으로 출가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까지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스님들이 조계종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8월 4일자 조계종 외국인 스님 현황을 보면 총 131명의 스님들이 조계종 소속으로 정진하고 있다. 비구 스님이 54명, 비구니 스님이 26명으로 사미와 사미니가 51명이다. 문제는 2011년 기점으로 입교하는 행자 수가 15명 수준에서 5명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런 여파로 화계사에 있던 외국인행자교육원도 올해 초 폐쇄됐다.

류창무 교육원 팀장은 “전체 외국인 스님 수는 유지되고 있지만 행자수 감소 문제가 크다. 출가자 감소라는 전체적인 영향과 한국불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불교에 대한 매력은 무엇일까. 외국인 스님들이 한국행을 택하는 주된 원인과 한국불교 승려교육의 현실이 맞지 않음을 의미한다.

조계종 외국인 스님 현황의 출신국가를 분석해보면 미국 출신이 30%(39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스님 중 70%가 미국와 유럽 출신이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불교의 선수행, 특히 간화선을 접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화계사 국제선원 도감 혜통 스님은 “대부분 화두를 참구하고 있다. 선수행의 경우 프라이버시 존중 등 개인 위주인 외국의 문화와도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스님들에게 경전 공부와 의식 습의는 어떻게 보면 장식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현각 스님은 이에 대해 언어장벽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불교를 익히는데 너무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조계종 승려교육은 한국어를 기반으로 진행하기에 외국인 스님들은 사미계 수계 전 한국어 능력시험(TOPIK) 1급을 취득해야 한다. 여기에 경전강독을 위해서는 한문 공부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숭산 스님이 세운 관음선종의 교육과 대비된다. 계룡산 무상사의 경우 영어를 기반으로 법회와 경전 강의, 간화선 인터뷰 등이 진행된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관음선종 세계분원을 통해 유입되는 스님들이 줄어드는 원인도 있다”고도 말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숭산 스님이 외국인 출가자들을 위해 관음선종을 만든 것은 사려깊은 접근 방법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수행자들이 조계종으로 출가해도 문화와 전통이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종도로 살아가는 것을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계종 내에 가두려 하지 말고 각국 수행자들이 일정기간 공부하고, ‘미국불교조계종’ ‘유럽불교조계종’을 창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조계종은 큰 형님으로 내국인 습의사와 외국인 강사진을 배치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이 현재 보유한 해외교구를 비롯해 국내 다양한 포교분야에 외국인 스님들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포교에 원력을 세운 스님들이 포교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미숙 화계사 종무실장은 “외국인 스님들 중 한국 내 포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다. 이들을 위한 포교의 문호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화계사의 경우 일반신도들이 참여하는 영어법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외국인 스님이 법사로 나선다. 또 지난해까지 영어동아리반이 구성돼 외국인 스님들이 이를 지도 한 바 있다. 전 종무실장은 “해외 포교의 여러 현장에서 원력있는 외국인 스님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각국 문화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한국불교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출가 희망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친절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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