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광보사 주지 자황 스님

해남 광보사 주지 자황 스님
지난 10월 초순 남도의 땅끝 해남 광보사에는 20여 명의 수행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구성원도 다양하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이른바 사부대중을 뜻하듯 출·재가를 막론한 수행자들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 바로 염불선(念佛禪)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함이다.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한 이번 특별 수행 ‘제1회 전국염불수행자 정진대회’에 참가자들은 지도법사 광보사 주지 자황 스님의 안내에 따라 정진했다.

자황 스님(사진)은 30여 년간 염불선 수행을 이어온 수행자이다.

염불수행법은 구한말에 태어나 일제시대를 살면서 수행정진하신 금타 스님(1897~1948)의 보리방편문을 시작으로 청화 스님(1924~2003)이 평생을 해온 선 수행방법이다.

“불교 수행의 원리와 방식을 대중들이 숙지하여 수행의 효과가 들어났으면 합니다”

자황스님은 이런 의미를 담아 정진대회와 주말수련을 통해 집중적인 강의와 실참수행을 실시해오고 있다.

“수행에도 순차적인 절차가 있습니다. 단계적인 수행이 따르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것이지요”

수행의 단계가 필요하다는 자황스님의 새로운 염불수행의 방법은 이렇다.
아미타불 명호를 한 자씩 끊어 소리하기-소리듣기-소리보기로 수행단계를 구분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소리하기’를 통해 저절로 소리가 들리는 단계(자성염불)를 지나, 소리가 나오는 ‘소리 이전의 자리’를 찾게 된다. 이런 소리보기를 통해 의식의 확대가 이뤄지고, 마음속 의식 공간 전체를 주도면밀하고 세밀하게 통찰하게 되어 마침내 개체의식의 벽이 없어지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황 스님은 “이 염불 참선법은 인간의 인지구조상 마음집중에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근원통법(耳根圓通法)에 바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원광대학교 김용길 교수가 이를 학술적으로 조명해 연구논문으로 발표했다.

자황 스님은 일반적 불교 수행자들의 단계인 몸을 다스리고 호흡을 조식하여 참선수행으로 마음을 깨닫는 과정에 앞서, 자신의 주변환경을 정리하는 수행을 첨가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님이 주석하는 사찰의 정갈함은 역시 이것에서 비롯되었다.

“공부하는 것보다 수행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자황 스님. 스님은 지난 20여 년간 수행터를 만드는데 진력해 이제 본격적인 수행도반을 찾고 있다.

“제 목표요? 함께 먹고, 생활하며, 먹고 사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행공동체를 만드는 겁니다”

광보사에 참여한 생활수행자는 한결같은 시간표가 주어진다. 새벽 5시 기상과 함께 아침 공부, 공양, 개인공부, 오후공부, 울력, 참선이다.

“돋보기를 ‘열심히’ ‘간절히’ 오래들고 있다 해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태양의 열을 모아 종이를 태워 뚫지 못하는 것과 같이, 열심히 부지런히 식의 ‘의지적인 공부방식’과 간절히 사무치게 식의 ‘감성적인 공부방식’만 가지고는 부족하며 ‘어떻게, 왜?’식의 ‘지성적인 공부방식’이 아니고서는 공부의 끝을 보기 쉽지않습니다. ‘해탈의 징검다리’ 염불선 공부법에는 의지, 감성, 지성적인 세가지 공부방식이 모두 들어 있어 깨달음에 이르는데 단계적이고 체계적이며 신속하고 강력합니다”

자황 스님 염불선이 이전 염불수행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행방법으로 자리 잡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노력이다. 한국불교는 이제 수행을 위한 간절한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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