譯書〈정토교와 기독교〉 서평회 열려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대승불교의 정토교는 아미타불의 구제 원력을 믿고, 염불을 통해 서방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신앙을 주축으로 한다. 기독교는 신에 대한 믿음과 회개를 통해 천국에 임할 수 있다는 구원론을 바탕에 둔다. 무엇인가에 의해 구제·구원된다는 점은 정토교와 기독교는 다른 듯 닮았다.

日난잔종교硏 세미나·토론
김호성·김승철 교수 공역해
관련 학자 참여, 서평 진행
구제·구원신앙, 현대적 해석
타력 아닌 자력임을 역설해

최근 발간된 〈정토교와 기독교〉는 두 종교의 구제·구원 개념을 비교 분석한 책이다.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가 1989년 개최한 심포지엄의 전 기록을 정리·수록한 이 책은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와 김승철 난잔종교문화연구소장이 공동 번역했다.

당시 심포지엄에선 일본 정토종학자들 3인이 호넨과 신란 스님의 구제에 대해 짚어냈고, 일본 신학자들은 기독교에서 구원의 의미를 분석했다. 또한 이들은 종합토론을 통해 정토교와 기독교의 구제·구원의 관계점을 찾았다.

28년 전 다뤄진 주제지만, 주제와 내용은 어색하지 않다. 도리어 불교와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더불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발간에 맞춰 역자(譯者)들은 서평회를 개최했다는 점이다. 일반 학계에서 중요한 학술연구서가 나온 경우 종종 서평회가 열리지만, 불교계에서 학술서 서평회가 열리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3월 18일 서울 법련사에서 열린 서평회에서는 김호성 교수가 정토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총평과 서평위원 안경식 부산대 교수,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가 서평을 진행했다. 또한 공역자인 김승철 소장이 최종 인사말을 했다.

이날 김호성 교수는 불교를 죽음을 이야기하는 불교 ‘사생문’과 생을 이야기하는 불교 ‘유생문’으로 나누고, ‘아미타불’ 염불을 통해 왕생을 기원하는 정토교는 ‘사생문’에 해당된다고 전제했다.

죽음 이후 왕생과 내세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토교는 타력신앙에 가깝지만, 〈정토교와 기독교〉에서의 정토학자들은 신란과 호넨의 구제론을 분석하며 정토교는 현실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사생문’의 불교인 정토교의 아킬레스건은 현생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책에서 정토학자들은 신란과 호넨을 통해 정토종문의 가르침의 핵심은 자력신앙 통한 깨침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란이 말한 염불의 공덕인 ‘상행대비(常行大悲, 항상 자비심을 갖는다)’ 등은 타력의 정토신앙을 보완한다”며 “호넨이 강조한 칭명염불도 사후와 함께 현실 안에서 아미타불의 구제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평위원으로 참여한 안경식 교수도 일본 정토학자들이 신란과 호넨을 통해 정토교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안 교수는 “3명의 정토학자들은 구제 왕생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구제가 이뤄짐에 집중하고 있다”이라며 “기독교 신학자들도 유사한 결론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이찬수 교수는 두 종교간의 대화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는 양 종교 전통의 독특성과 상통성을 분명히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다양성 안에서, 다양성을 넘어, 다양성을 살리면서 통일성을 이끌어낼 때 두 종교의 보편성은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