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대신 대여, ‘렌털족’ 확산
렌털시장 25조원 규모 급성장
시장 커지며 明暗도 함께 나와

한복 등 단기 대여품 중심으로
파손 後 배상않는 얌체들 급증
막무가내 소비자로 업체 ‘울상’

얌체 렌털, 공유경제 역행 행위
현 시대 걸 맞는 에티켓 갖춰야

요즘 무엇이든 소유하지 않고 대여해서 쓰고 사는 렌털족들이 늘고 있다. 비싸지만 시간이 지나면 버려야 하는 물품들을 대여함으로써 공유하는 시장을 ‘렌털시장’이라고 하는데 정수기, 비데, 안마기 같은 일상용품은 물론이고 가상현실·증강현실 기기, 드론 등의 첨단제품까지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없는 것 빼고는 다 빌릴 수 있는 현실을 사는 렌털족의 화두는 “사느냐 빌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지난해 25조 9천억 원으로 급성장한 렌털시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다. KT 경제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렌털시장에 사물인터넷이 접목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2020년에는 국내 렌털시장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 렌털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잘못된 렌털서비스로 인한 소비자 피해의 증가이고, 또 하나는 빌린 물품을 손상하고 배상하지 않는 렌털족의 확산이다. 이 중에서 특히 영세 상인을 울리는 얌체 렌털족들의 부족한 대여 에티켓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의류나 유아용품, 렌터카, 돌잔치 용품 등을 빌려주는 업체 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특히 대여기간이 짧은 업종에서 '대여 에티켓' 문제가 많이 발생했는데, 빌린 한복을 찢어놓고도 배상하지 않고 사라지거나 대여 장난감을 훼손한 상태로 그냥 반납하는 등의 경우가 20~30%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문제를 일으키고 ‘나 몰라라’ 막무가내로 버티는 소비자의 태도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받은 심리적 상처로 가면성 우울을 호소하는 근로자도 있다고 한다.

혹자는 대여 에티켓이 부족한 이들을 ‘공유 경제 사회의 적들’이라고 비판하면서 렌털의 기반인 “공유경제는 과잉소비로 인한 자원 낭비, 불황과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임을 강조한다. 공유경제가 21세기형 자본주의의 대안 체제로서 꼴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이때에 그에 역행하는 행동은 퇴행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택수 한국사회문화원장은 “공유 경제와 렌털 산업규모는 급속도로 커지는데 비해, 이에 걸맞은 에티켓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낯선 경향에 대한 심리 행동적 반응이 아직은 덜 습관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덜 습관화된 행동의 이면을 보면 그 곳에는 욕심에 기반한 ‘자기 권리’ 주장이 과하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의무’의 한계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어떻게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부정확한 선택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뢰기나퇴터는 그의 책에서 “붓다의 가르침대로 이웃에 연민을 가지고 내 것을 나누자. 나누고 빌리고 교환하면 물질적으로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도 새로워지고 단단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즉, 모든 대여물품에는 타인의 부족함을 채워주려는 무한한 연민의 마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빌림’을 통해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돌려줌’을 통해 나의 고마움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관계가 새롭고 단단한 관계인 것이다.

바로 이런 바른 사유를 먼저 공유해야 진정한 공유 경제의 토대가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누고 빌리는 일이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좋은 일이라도 그에 수반된 바른 나눔의 예절을 모른다면 관계가 상처로 나뉘고 빌림이 관계를 벌리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이제라도 ‘대여’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공유하여 ‘에티켓 부족’의 폐해로 상처 받는 이들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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