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수좌 3년간 결사 입재해

선지식 많이 배출돼야 불교발전

“깨닫기 전에는 보살행 할 수없어”

봉사도 수행도 병행해야 큰 효과

2월 26일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에서는 특별한 입제식이 있었다. 전국서 모인 수좌 24명이 산문을 닫고 외부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3년간 용맹정진에 들어가기로 굳게 서원한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은 법어를 통해 “시설이 미비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3년간 용맹정진하려고 큰 마음을 낸 수좌들을 보면서 한국불교의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고 격려했다.

안거철도 아닌데 수좌들이 ‘학림사 3년 결사’ 대장정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을 통해 들어봤다.

▲올해는 특히 봉암사 결사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불교계 언론지상에 ‘결사’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는데요. 이번 학림사 오등선원도 3년 결사라 명명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봉암사 결사는 조계종의 위상을 확실히 세우고 쇄신과 개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결사였다면 이번 오등선원서 하는 결사는 깨달음의 눈푸른 납자를 배출하기 위한 용맹정진 3년 결사입니다. 용맹정진에는 1주일, 21일, 100일 용맹정진 등이 있습니다. 학림사 오등선원에서는 1년에 100일씩 안거때마다 11년간 꾸준히 해왔습니다. 100일 용맹정진도 전국서 우리 오등선원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용맹정진이란 100일 동안 잠안자고 장좌불와하면서 수행하는 것이지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 18시간씩 합니다. 세수하고 밥먹고, 예불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수행하는 셈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3년을 용맹 정진하는 것은 더군다나 조계종 역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24명 납자들이 용맹 정진에 들어갑니다. 이 것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학림사 결사가 수좌 스님들의 순수한 서원과 원력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겁니다.

▲3년 결사에 동참한 숫자가 현재 전국의 제방선원과 무문관 참여추세 비율로 견줘 볼 때 적지 않은 숫자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처음에는 20여명이 넘는 수좌들이 동참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결제 해제와 상관없이 3년간 바깥 출입을 삼가며 정진하겠다는 결단이 결코 쉽지 않거든요. 그러나 결사 소식이 제방선원에 알려지면서 30여 명 이상의 스님이 입방원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학림사 선원의 정진 공간이 협소하고 열악해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갈마를 통해 24명의 수좌들만 선별해 동참하게 됐습니다. 참 기특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이번에 용맹결사를 3년 동안 열게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신가요?

-조계종은 선종이 가풍인데 선원이 많이 늘어났고, 예전에 비해서 선원 규모가 커졌지만 외형적인 발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정진 수행하는 납자들의 수도 예전보다는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질적인 향상이 안되다 보니 공부를 해서 안목이 열려 깨달은 인재의 배출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우리 종단도 외형적으로는 괄목상대 했지만, 실질적인 수행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데 있어서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혼란이 가중되고, 분열돼 있을 수록 선지식들을 많이 배출해 사회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종교, 즉 우리 불교가 해야할 막중한 사명감입니다. 또한 선원으로서의 막중한 책임도 통감하기 때문에 이번에 3년 용맹 결사를 하게 됐습니다.

새롭게 간화선을 중흥하고 선풍 진작의 길을 많이 고민하다가 이번에 용맹결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번 결사를 통해 출격장부(出格丈夫)의 견고한 마음을 다잡고 정진해 눈 푸른 납자들이 많이 나오길 염원합니다.

▲발원하시는 큰 원력이 또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오등선원에 무문관을 짓는 것이 원력입니다. 과거에 무문관을 운영해 본적이 있는데 재정형편과 여러 상황 때문에 제대로 운영하지는 못했습니다. 수행력을 갖춘 인재 배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 생각에는 선기가 뛰어난 수좌들을 선별해 무문관 수행을 통해 인재를 길러봐야 겠다고 오매불망 생각하지만, 재정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그저 마음만 갖고 있지요.

그러던 중 구참 수좌 몇몇이 현재 간화선의 위기를 타파하고 후학과 선기 출중한 인물을 배출하려면 용맹결사라도 해야 한다고 적극 건의를 해왔습니다. 무문관 수행이 좋지만 현실적인 제반 여건이 안따르니 차선책을 제시한 거죠.

시설도 미비한 선방이지만 이 곳에서 결사를 하는 것도 뜻깊은 제안이라 생각해 그 순수한 뜻을 받아 들였습니다. 목숨 걸고 간절히 해야 깨침을 얻을 수 있다고 열심히 해보라 격려해 줬습니다.

▲수행자들에게 용맹정진이란 어떤 의미가 있으며, 효과는 어떤지 들려주시지요.

-옛날에 우리가 쉬지 않고 땀흘려 일하니까 경제 성장을 빨리 할 수 있었듯이 우리가 수행공부하는 것도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기 보다 열심히 하면 빨리 깨닫고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이 용맹 정진의 매력이지이요. 쉬지 않고 화두를 일념으로 깊이 참구하는 마음으로 오직 1백프로 마음을 집중하면서 전력투구하기 때문에 잠을 안자도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잠자는 것 이외에 몸 아픈것, 일체 잡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념을 참구하는 그 힘으로 수마 등도 항복 받는 것입니다.

▲한국불교가 현재 침체됐다고 하는데 이번 결사 같은 것이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용맹정진하는 것 자체가 불교를 새롭게 중흥시키는 것이고, 불교가 이 세상을 제도하는데 이득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교세도 확장된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쫓지말고, 한국불교가 근본으로 돌아가야 다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철저한 수행 밖에는 없습니다. 부처님처럼 나고 죽는 생사문제의 일대사를 해결하고, 내가 나를 바로 깨달아서 진면목을 알아야 부처님 뿐만 아니라 조사 스님의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합니다. 깨닫지 않고는 중생을 위해서 이익된 일을 할 수 가 없습니다. 깨달아야 중생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고 보살행을 할 수 있습니다. 깨닫기 전에는 마음을 낼 수 없습니다.

요즘 종단서 봉사 많이 하고 보살행을 한다고 해서 어디 교세가 발전됐습니까? 불자들이 늘어났습니까? 그건 수행을 병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정 내 자신의 중생심을 무너뜨리고 내 자신을 찾아서 철저히 수행 하지 않으면 문제점이 항상 따릅니다. 수행과 병행하면 부처님처럼 무한대한 자비를 베풀 수 있는 힘이 생겨나지요 거기에는 어떤 시비도 불명예도 부작용도 절대 뒤따르지 않습니다. 해가 한번 떠오르면 온 세상을 비추듯이 한번 떠오른 깨달음의 광명의 빛은 일체 중생을 감싸기 때문에 진정으로 보살행을 낼 수 있습니다.

▲이번 결사에는 수좌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연유로 했는지 들려주시지요. 그리고 용맹 정진의 일정을 간략히 말씀해 주시면요.

-스님들이 3년 결사를 한다고 하니까 일반인들도 함께 하겠다고 나서더군요. 물론 스님들과 차등이 있습니다. 일을 하는 생활인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일을 마치고 오등선원에 들어와 정진할 때 만큼은 철저히 스님들과 똑같이 장좌불와하면서 결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작은 울림들이 모여서 큰 반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승풍진작 운동에 종단 차원에서도 지원과 성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사는 하루 24시간 화두를 참구하되대중적으로는 18시간씩 좌선을 합니다. 오전 6~8시까지 행선 및 아침공양, 오전 11~오후 2시 사시마지 및 공양, 오후 5~6시 저녁공양을 제외하고는 계속 참선 수행을 이어갑니다.

▲학림사만의 기도 가풍이 있다고 하는데 소개해 주세요.

-2월 초하루에서 1주일 간을 선방 스님들이 릴레이로 잠 안자고 계속 지장 기도로 천도를 합니다. 이 기간에는 1주일 동안 목탁소리가 멈추질 않죠. 신도들도 함께 뒤에서 따라 합니다. 신도들 얘기를 들으니 지장기도를 여법하게 하니까 가정의 어려운 문제들이 실제로 많이 해결된다고 해서 많이들 참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결사에 동참하는 수행자들에게 한마디 조언과 당부를 해주신다면요.

-이번 결사를 계기로 일대사(一大事)를 마치겠다는 마음으로 수좌들이 모였습니다. 아마도다른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결사에 참여하지 못했을 겁니다. 오로지 이 일을 해결하겠다는 그 마음, 여기서 죽든지 끝내든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행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수좌들에게는 일대사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입니다. 또한 맑은 거울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비추어 주듯 언제나 자신을 선(善)의 세계로 이끌어 나쁜 마음 즉 거울에 때가 끼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바르게 갖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깨달은 눈푸른 납자가 많이 배출되어서 한국불교가 새롭게 발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