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기획전 ‘수보회향’
4월 4일~6월 30일, 제1·2전시실서
10년간 보존처리해 온 성보 47점
환지본처 ‘용주사 감로도’ 등 눈길

'용주사 감로도' 1790년, 화성 용주사효행박물관.
'용주사 감로도' 1790년, 화성 용주사효행박물관.

1790년(조선 정조 14)에 조성된 <용주사 감로도>는 1984년 도난됐다가 2018년 환지본처했다. 도난 당시 상하 회장이 절단됐으며 도난 후 세로로 말아 보관하는 과정에서 세로 꺾임이 많이 발생해 바탕 재질의 2차적 손상까지 발생됐다. 2021년 습식 클리닝 후 기존 배접지를 제거하고 결손부를 메운 후 새롭게 배접하는 보존처리가 실시됐다. 이후 기존에 제거된 상축과 하축을 새롭게 조성해 부착했으며 굵게말이 축과 보관상자를 제작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했다. 훼손돼 사라질뻔한 위기에서 전문적 보존처리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다.

비지정 문화재로, 관리 사각지대에서 재탄생한 성보들이 대중에 선보인다.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은 4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박물관 제1·2전시실에서 기획전 ‘수보회향(修補廻向), 다시 태어난 성보’를 개최한다.

보존처리 전 '쌍계사 국사암 신중도'
보존처리 전 '쌍계사 국사암 신중도'

수보(修補)란 보존처리 작업을 뜻한다. 조계종은 문화재청과 2014부터 비지정문화재이긴 하지만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보존처리하는 ‘문화유산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 사업을 시행해왔다. 이번 기획전은 10년간의 작업을 결산하는 자리다. △가치의 재발견 △진면목으로의 회복 △진단하고 예방하다 등 3개의 주제로 그동안 보존처리한 35건 47점이 공개된다. 성보 수보에서 회향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설명글과 영성도 함께 구성됐다.

보존처리 모습.
보존처리 모습.

<용연사 불설대보부모은중경> <천은사 팔상전 영산회상도> <파계사 치성광불도> <방장유산시첩> <대방광불화엄경 권제79-81> <도갑사 명부전 목조도명존자입상·목조무독귀왕입상> 등 대중에 처음 공개되는 성보도 다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번에 공개되는 수보를 마친 모든 성보는 국가·시도 지정 문화유산(국보, 보물, 유형문화유산 등)이 아닌 비지정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비지정 문화유산은 지정 문화유산보다 상대적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훼손을 입은 경우가 많은데, 사업을 통해 이러한 성보를 발굴하고 조성 당시의 모습을 되찾도록 지원했다는 점에서다. 성보의 가치를 회복하고 후대에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은 매우 의미있게 평가받고 있다.

수보 후 보물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웅진당 석가모니후불도'
수보 후 보물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웅진당 석가모니후불도'

특히 1724년 조성된 순천 <송광사 웅진당 석가모니후불도>는 수보작업 후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다. 1790년 조성된 <쌍계사 팔상전 신중도>도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대중이 멸실 위기에서 다시 태어난 성보를 친견함으로써 한국 불교문화의 수승함과 환희심을 몸소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면서 “성보를 수보하는 지난하고 치열했던 일련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훼손의 과오를 범하지 않고 성보 수호에 진력하기 위한 마음의 경책이 되길 서원한다”고 말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

불교중앙박물관은 앞으로 멸실 위기의 성보를 더욱 주목해 전시와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이를 통해 부처님 법향이 성보를 통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정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기획전 개막식은 4월 3일 오후 2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에서는 그간의 활동을 치하하고 사업 시행 10년을 기념하고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수보회향, 다시 태어난 성보 포스터.
수보회향, 다시 태어난 성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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