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립 기로 선 ‘나눔의집’〈上〉- 나눔의집 존립이 위험하다

사회복지법인인 나눔의집
할머니 양로시설 문 닫으면
사회복지법상 역할 사라져
교육·추모로 사업전환 필요
후원금 감소해 9억원 손실
재정상 존속기간 5년 전망
필수인력 제외 권고사직도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겪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집’이 존립 위기에 봉착했다. 나눔의집 개원 이후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하며 위안부 문제를 알려온 할머니 세 분이 건강악화로 요양병원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 90대 중반 이상인 세 할머니가 별세하면 나눔의집에는 더 이상 위안부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30~40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낸 나눔의집에는 현재 생존자가 박옥선·강일출·이옥선 할머니 총 3명뿐이다. 1992년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며 많은 할머니들이 별세하고, 현재 남은 할머니들도 초고령인 상황. 박옥선 할머니는 지난해 100세 상수연을 했고, 다른 두 할머니의 호적상 출생연도는 1928년이다. 세 할머니 모두 건강상태가 위중해 요양병원에 입소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집은 의료복지시설인 요양원이 아닌 주거시설인 양로원이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거주하려면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나눔의집 측은 “30여 년 전 설립 당시 할머니들의 연령대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시설 기준을 ‘요양’이 아닌 ‘양로’에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 거동·인지가 불편해진 할머니들이 나눔의집을 벗어나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존자 세 할머니의 병세가 깊어진 만큼 나눔의집에는 존립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존립 근거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한 명도 없다면 시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눔의집 측은 할머니들의 건강상태가 향후 1년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3월 26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대두됐다. 사회복지법인 조계종 나눔의집 대표이사 성화 스님은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시고 양로시설이 폐쇄되면 부설기관인 역사관만 운영하는 게 사회복지사업법상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역사를 후대에 알리는 차원으로도 역사관 존치는 필요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가능할지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법인인 나눔의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별세로 양로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알리는 역사관을 운영할 법적 근거도 함께 상실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양로가 아닌 역사 기록과 추모, 교육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데도 이를 뒷받침할 법적 지위가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게다가 이사회 감사보고에 따르면 갈수록 후원금도 감소해 최근 2년간 약 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나눔의집은 이 같은 추세라면 법인과 시설의 존속기간이 향후 5년 내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나눔의집은 시설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했다.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택한 셈이다. 법인 폐쇄 시 기본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나눔의집 이사 일운 스님은 이사회에서 “과거 여성가족부 차관이 왔을 때 이런 시설은 특정 종교인이나 시민단체가 시작할 수 있지만 결국엔 국가에서 해야 될 사업이 아니겠냐고 물었다”며 “역사관의 자료는 살아있는 문화재일 수 있고 역사 그 자체의 증언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작 이런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할 여성가족부는 김현숙 전 장관 사임 이후 후임 장관이 공석이다. 이에 따라 나눔의집은 ‘역사관 존치’를 기본 입장으로 국가 또는 지자체 운영, 특수법인 설립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뚜렷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나눔의집은 1992년 10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개소한 이후 명륜동과 혜화동을 거쳐 1995년 12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현 부지를 기증받아 설립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안식처다. 태공당 월주 대종사가 생전 ‘나눔의집건립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모금활동을 주도해 흩어져 지내던 할머니들을 안정된 주거공간에 모신 것. 이런 월주 대종사의 원력과 불교계 관심이 고스란히 담긴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비롯해 청소년 역사 교육, 일본의 과거사 참회 촉구 등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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