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육에 사업 초점…새로운 연꽃 피워내겠다”

2004년 창립 로터스월드 이끌어
BWC센터 부지 찾아 ‘동분서주’
씨엡립주지사 무상임대 제안해
2006년 BWC설립해 사업 전개

단순 구호보다는 ‘자립’에 초점
“교육으로 현지인들 자립 유도”
L뷰티, 두부공장 등 사업 진행

3월 20일 주석처인 수원 보현선원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
3월 20일 주석처인 수원 보현선원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

사람들이 불교를 떠올릴 때 절대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바로 ‘연꽃(Lotus)’이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은 진흙보다 더한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을 꽃피우고자 하는 불교를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다.

한국불교 국제구호 NGO단체 ‘로터스월드’도 빈곤이라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에 부처님의 자비를 연꽃처럼 꽃피우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에 뿌리를 내리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현지인들에게 부처님 자비를 전한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두 번이 지났음에도 변함없이 로터스월드를 이끌고 있는 이사장 성관 스님. 3월 20일 수원 보현선원에서 만난 스님은 20년의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기쁘다는 감정보단 미안하다는 감정이 먼저 드네요.”

성관 스님의 ‘미안하다’는 감정은 20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되돌아본 것에서 비롯됐다. 스님이 미안함을 느끼는 대상은 바로 그동안 자신을 믿고 함께 달려와 준 로터스월드 직원들과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활동가들, 로터스월드를 믿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후원자들이었다.

“제가 부족했음에도 로터스월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갖은 고생을 한 직원들과 활동가들, 타국의 낯선 이들에게 기꺼이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준 후원자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죠.”

어려움을 수행 삼아 정진하라
2004년 출범한 로터스월드가 20년 동안 동남아 불교국가에서 피워낸 연꽃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언어도, 문화도, 민족도 달랐지만 부처님 자비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 위에 학교와 도서관, 위생시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교육을 통한 미래를 수놓았다. 의료봉사와 긴급재난구호캠페인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보다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자체와 다른 NGO단체들과 협력했다. 그 결과 로터스월드는 현지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선물할 수 있었다. 물론 로터스월드가 이토록 찬란한 연꽃을 피워내기까지 장애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열정과 희망으로 시작한 로터스월드는 첫 걸음부터 거대한 역경과 마주했다. 캄보디아에 지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는 로터스월드에 시급했던 것은 열악한 환경과 가정형편상 보육서비스를 받지 못한 현지 아이들을 품을 ‘아동센터’ 건립 부지였다.

MOU를 맺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부지를 소개받아 순조롭게 출발하나 싶었지만 해당 부지는 이미 부동산 투기가 진행돼 땅값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 첫 걸음마를 뗀 로터스월드의 역량으로는 치솟은 땅값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부처님 자비를 연꽃처럼 피워내겠다는 일념으로 출범한 로터스월드였기에 성관 스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어딘가 있을 다른 부지를 찾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던 중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의 계획을 전해들은 씨엡립주지사가 새로운 부지와 함께 무상임대를 제안해왔습니다. 그 부지가 바로 BWC아동센터(Beautiful World of Cambodia)가 건립된 1만2000평의 대지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때의 일을 기적이자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입니다.”

성관 스님은 “만약 그때 계획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로터스월드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2006년 건립된 BWC아동센터를 시작으로 로터스월드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라오스에서 꾸준히 자비를 실천했다. 낙후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학교와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신축 및 개보수하고 김안과 병원이나 다른 의료봉사단과 협력해 무상의료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현지 청년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농업교육으로 현지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연꽃을 피워나가던 로터스월드는 2014년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 NGO를 획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역경과 마주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대면활동이 주를 이루는 NGO로서 코로나19는 치명적이었다. 봉쇄된 국경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지 지원 사업을 가로막았다. 

“모두가 힘든 시간이었죠.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도 힘들었는데 저개발국가들은 오죽했겠습니까.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동안 해온 모든 것이 끝이니까요.”

성관 스님은 ‘어려움을 수행 삼아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로터스월드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피운 연꽃을 지키기 위해 활동가들은 현지에 남았고 직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전략을 짜냈다.

“그런 모두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마음으로 뭉쳐 좋은 생각과 뜻을 낼 수만 있다면 코로나라는 큰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성관 스님을 중심으로 뭉친 로터스월드의 눈에는 곧 코로나19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 사찰과 승려들이 들어왔고, 이들을 위한 지원 캠페인을 전개했다. 7차례 진행된 캠페인에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를 비롯한 전국 사찰들의 참여했고,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53개 사찰 1만3430여 명의 승려들이 안정적으로 사찰운영과 수행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시련과 고통을 자기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해 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로터스월드와 함께하며 마주친 어려움들 또한 수행이자 정진이라고 생각하니 흔들리지 않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로터스월드는 나의 모든 것”
성관 스님에게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스님은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마음을 얻는 순간”이라고 답했다. 

성관 스님은 20년 동안 수없이 동남아를 방문해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눴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성관 스님의 믿음은 로터스월드가 현지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됐다.

“저는 아직도 캄보디아 아이의 인터뷰를 잊을 수가 없어요. 로터스월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기자의 질문에 그 아이는 ‘나의 모든 것’이라 답했습니다. 아이의 답은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고 싶다는 우리의 진심이 통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자는 성관 스님의 진심은 특히 청년들에게 크게 작용했다. 어느 때보다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불안을 느끼는 현지 청년들에게 성관 스님은 훌륭한 멘토가 돼주었다.

“청년들에게 ‘쉼없이 정진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줬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순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해 깨달음을 얻으셨듯 청년들도 쉼없이 정진하고 부단히 공부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했죠.”

로터스월드는 오는 4월 7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한-아세안 문화교류 한마당’을 열고 스무번째 생일을 자축한다. 이는 로터스월드가 그동안 피워온 연꽃들을 되돌아보고 그것을 밑거름 삼아 다시 한 번 20년을 향해 나아가는 장이기도 하다.

“20주년 기념 한-아세안 문화교류 한마당은 로터스월드가 달려온 20년을 결산하고 성찰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만드는 장이 될 것입니다. 로터스월드를 믿고 후원해주신 후원자분들께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줘 보람을 느끼게 하고 활동가와 직원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행사가 되길 기대합니다.”

현지인 스스로 미래 열어가야
올해 로터스월드 추진 사업의 방향성은 ‘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지원사업과 프로그램, 캠페인을 축소 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현지인들의 자립을 위해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연구에도 힘쓸 계획이다. 단순히 물자만을 지원하는 단순 구호는 해당 국가의 비전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단순한 구호는 수혜자로 하여금 의타심만 키워줍니다.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로터스월드의 비전은 바로 현지인들이 스스로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되 의타심을 가지지 않도록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교육해야 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고 나아가 현지 로터스월드를 직접 이끌어 새로운 연꽃을 피워나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로터스월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자비로 밝힌 국제구호 20년…현지인 자립까지 이끌다

국가별로 본 로터스월드 20년 

로터스월드 in 캄보디아(2004~) 
로터스월드는 캄보디아 정부와 MOU를 맺고 무상으로 임대한 약 1만2000평의 부지에 2006년 아동센터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를 건립했다. 제대로 된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지 아이들에게 한국어, 영어, 태권도 등 교육 및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온 결과, 지금까지 50여 명의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했고 17명의 아이들이 현재 아동센터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교육여건 개선에도 나서 낙후된 학교·도서관 등 교육시설 30여 곳과 화장실 등 위생시설 100여 곳 이상을 보수·신축하고 통학을 위한 자전거를 지원했다.

2008년에는 김안과 병원과 협력해 아동센터 내 안과병원을 개원하고 의료봉사단과 함께 현지주민을 위한 무상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의료봉사가 지난해 재개됨에 따라 오는 6월에도 의료봉사를 펼칠 예정이다.

2011년부터는 로터스희망미용센터와 사회적 기업 ‘L 뷰티’를 설립해 현지 청소년들에게 미용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까지 216명의 졸업생이 취업과 창업을 통해 자립하는 결실을 맺었다. 또 수원시와 함께 2012년부터 프놈끄라운-수원 마을을 지원하고 인프라 개선 및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캄보디아 로터스희망미용센터에서 교육받는 학생들. 사진제공=로터스월드.
캄보디아 로터스희망미용센터에서 교육받는 학생들. 사진제공=로터스월드.

로터스월드 in 미얀마(2010~)
로터스월드는 미얀마 군부정권이 방치한 현지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KT&G복지재단 등 여러 단체와 손을 잡았다. 아웅툭카-KT&G 중고등학교 등 현대식 학교 보수·신축, 위생시설 보급, 도서관 책 지원 사업을 펼쳐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식수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해 현지 주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도록 양곤 주변 학교와 빈민마을에 다기능필터가 장착된 정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2018년 사회적 기업 ‘두부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청년들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한 데 이어 현지에서 생산된 콩을 정당한 가격에 수매함으로써 지역민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양곤 내 대형마트와 한식당 등에 한국식 두부를 납품하여 얻은 수익은 고스란히 미얀마 아동 생활지원에 쓰인다.

미얀마 아웅툭카 학교에 설치된 정수 시설. 사진제공=로터스월드.
미얀마 아웅툭카 학교에 설치된 정수 시설. 사진제공=로터스월드.

로터스월드 in 라오스(2013~)
로터스월드는 비엔티안주 7개 마을 농민들의 농업생산성 증대와 소득 증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한라농촌개발연수원과 손잡고 농촌공동체 개발 사업을 실시했다. 농민들에게 체계적인 소 사양관리사업, 버섯재배사업, 목초재배사업을 교육하고 농업기반시설을 조성한 결과 현지 농축산물의 품질 향상 및 생산성 증대, 농민 소득 증대의 목표를 달성했다.

소수민족 단위로 분리돼 있던 라오스는 라오어가 있음에도 소수민족 언어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에게 라오인이라는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라오어 수업을 교사역량강화사업으로 진행했다. 현지 교사들에게 라오어교수법을 비롯해 학생관리·상담교육 등을 실시해 교사 역량을 강화한 이 사업은 교사들의 높은 만족도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와 발맞춰 수업 교보재를 갖추지 못한 학교들에 책걸상과 칠판, 컴퓨터, 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라오스 버섯재배사업지 나팁 마을을 찾은 로터스월드. 사진제공=로터스월드.
라오스 버섯재배사업지 나팁 마을을 찾은 로터스월드. 사진제공=로터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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